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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기억은 왜 쉽게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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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팀 “별세포 유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가 공포 기억 소멸 방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공포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 이유가 드러났다.

소방관이나 참전 군인처럼 재난, 폭력 등 극심한 외상에 노출된 사람들은 공포스러운 기억을 잊지 못하고 심각한 불안과 고통을 호소한다. 일반적으로 공포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희미해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환자에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은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과 함께 공포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 PTSD의 병리기전을 규명했다. 뇌 속 비신경세포인 별세포(Astrocyte)가 만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mma-Aminobutyric Acid, GABA)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대규모 임상 뇌영상 분석을 통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GABA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뇌혈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IBS]
대규모 임상 뇌영상 분석을 통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GABA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동시에 뇌혈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IBS]

현재 PTSD 치료제는 대부분 세로토닌 수용체를 조절하는 항우울제가 사용된다. 효과를 보이는 환자는 20~30%에 그친다. 치료 반응 속도도 매우 느리다. 새로운 PTSD 치료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PTSD 환자, 외상 경험자, 일반인으로 구성된 380여 명의 대규모 뇌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PTSD 환자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뇌혈류량이 감소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PTSD 증상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증상이 회복된 환자는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모두 정상화됐다.

이창준 IBS 단장은 앞선 연구에서 뇌 속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마오비(Monoamine Oxidase B, MAOB)라는 효소를 통해 가바를 생성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상 뇌영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PTSD에서 나타나는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별세포에 의한 가바의 과도한 축적에서 비롯됨을 규명했다.

연구팀이 PTSD 환자의 사후 전전두엽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별세포에서 마오비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조직 내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가 확장됨을 확인했다. 동시에 가바 분해 효소(ABAT)의 발현이 감소하면서 가바가 과잉 생성·축적되는 병리적 변화가 나타났다.

이어 전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별세포의 마오비 활성을 증가시킨 PTSD 동물모델은 공포 반응이 장기간 지속되고 공포 기억을 감소시키는 뇌의 회복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마오비 활성을 억제해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자 이러한 반응이 완화됐다. 이 결과는 별세포의 마오비 과활성에 따른 가바 축적이 PTSD에서 공포 기억이 지속되는 원인임을 입증한다.

연구팀은 마오비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 ‘KDS2010’을 PTSD 동물모델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별세포의 가바 농도와 뇌혈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뇌 기능이 회복돼 불안 행동 증상이 완화됐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이창준 IBS 단장의 기초연구로부터 개발된 약물로, 안전성 검증을 마치고 현재는 임상 2상 시험 중에 있다.

이창준 IBS 단장은 “PTSD의 분자·세포 수준의 병리기전을 규명하고, 별세포라는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해 PTSD의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며 “별세포 조절을 통한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인균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포착한 단서에서 출발해 동물모델에서 기전을 확인하고 신약의 효과 검증까지 확장한 역중개연구(Reverse Translational Research)의 대표 사례”라며 “임상과 기초연구를 통합하는 접근으로 정신질환 치료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의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신호 전달과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7월 28일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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