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역대 정부의 고질병인 인사 문제가 이재명 정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없는 정부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범했지만, 첫 고위 공직자 낙마 이후 잇달아 3명이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여기에 인사혁신처장을 둘러싼 발언 논란까지 겹치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470b356b8e2d2.jpg)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50여일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국무위원은 이 대통령 인사로 채워졌다. 다만 이른바 '인사청문회 슈퍼위크'가 끝난 직후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2명(이진숙 교육부·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이외 고위공직자도 2명(오광수 전 민정수석·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고위공직자 6명이 사퇴한 사태를 감안하면 빠른 추세다.
'관망·강행' 유지하던 정부여당…지지율 하락에 '깜짝'
현재 인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태도는 '관망'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에 대해 "(책임론은) 내부에서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당시에도 "인사권자가 여러 가지를 종합해 결정 내렸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자칫 대통령실이 나설 경우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선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능력 위주로 선별한다는 점도 대통령실의 '관망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여가부 장관에서 낙마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및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등을 거친 사회적 약자 권익 보호 관련 정책전문가다. 현재 과거 설화 논란에 휩싸인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도 한국은행과 교보생명보험 등에서 인사·조직 관리를 총괄한 전문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관망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관료주의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바로 정리하면 스스로 검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능력주의 인사라는 점을 이를 더욱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대통령실의 '관망 태도'가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여론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갑질' 논란이 대두됐지만, 대통령실은 국회에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재송부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 것은 그동안 강행 의지를 드러낸 여권이었다. 고공 행진하던 이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자, 여권 일부에서 강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나왔고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결국 강 의원의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지만, 민주당 일부에선 결국 지지율이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당 관계자는 "지도부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두려움의 요소였던 것 같다"며 "향후 지방선거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정권이 성공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정수석실이 더욱 촘촘하게 문제를 따질 필요가 있는데, 그나마 강행이 아닌 4명의 낙마가 있다는 것은 유연한 대처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c559752e0503a.jpg)
'인사검증 시스템' 부실 후폭풍…'데스노트' 쓰는 진보당
정치권에선 이번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의 부실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일부에서도 "차제에 인사 검증 시스템을 좀 더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하다 보니 인사 검증 시스템 등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여당 지도부로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인사 문제는 정부여당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던 야당과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계기가 될 정도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 당선에 협력한 야5당 원탁회의 출신인 진보당은 이른바 '데스노트'라고 불리는 인사 검증 기준을 설정했다. △노동권 강화·불평등 해소 등 진보적 정책관 △실력과 전문성 △도덕성과 책임성 등 기준을 설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후보자에 대해선 사퇴 요구를 촉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강선우·이진숙·오광수·강준욱' 등 인사에 대해 임명 철회를 요구한 바 있고, 해당 인사들은 모두 자진 사퇴했다.
진보당 한 관계자는 "적어도 진보당이 특정 인사에 대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과거 정의당이 심사숙고해서 임명 철회를 요구한 사람이 낙마한 것이 이른바 '데스노트'라고 불렸는데, 이를 진보당이 이어받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권자 국민의 높은 기대에 맞게, 대통령실은 인사시스템을 더욱 책임 있게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3f7bba0e5d2b9.jpg)
"지명 철회는 지지율 플러스 요소…분수령은 관세"
'인사 검증 시스템' 문제는 역대 정부에서 빈번하게 불거진 만큼, 정권에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대 과제였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8번의 정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물론 민심을 돌리진 못했다. 여기에 정부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문제는 논란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즉, 인사 문제가 정권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해도 향후 다른 문제와 연계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야당에선 이번 이재명 정부의 인사 문제를 두고 "댐이 조그마한 쥐구멍에 의해 무너진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잘 인지하기 바란다"라는 충고가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기대와 달리, 인사 문제가 정권을 흔들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현재 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만 가지"라면서 "논란이 된 사람을 인사했다는 것이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핵심은 인사를 물렸다는 것이고 이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사를 강행했다면 전임 정부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비판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자진 사퇴가 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사혁신처장 문제도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현재 이 대통령 지지율의 최대 분수령을 인사가 아닌 '한미 관세 협상'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관세 협상 결과는 이 대통령 지지율에 80~90%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다른 정권과 달리 내치가 외치에 종속된 상황인 탓에 관세 협상에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의 내치가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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