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DL케미칼이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여천NCC(YNCC)는 우선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다만 여천NCC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대주주인 한화와 DL 양사의 의견이 엇갈려 향후 구체적인 구조조정 범위와 속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DL케미칼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안건을 의결했다. 뒤이어 DL㈜도 이사회를 열고 DL케미칼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160만㎡(48만평) 규모의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https://image.inews24.com/v1/305fab7c1cf9fa.jpg)
1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이다.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는 913만964주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약 1999억 9800만원을 조달한다.
DL케미칼은 자금조달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운영자금에 사용하겠다고 명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천NCC가 이달 말까지 약 3000억원의 부채를 갚지 않으면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만큼 조달된 자금이 여천NCC 부채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DL케미칼 관계자는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열려있다"면서도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또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여천NCC의 지분을 각각 50%씩 소유한 한화그룹과 DL그룹 측은 여천NCC의 회생 방안을 두고 이견을 표출한 바 있다.
여천NCC는 원료비 정산과 차입금 납입을 위해 오는 21일까지 3100억원가량이 필요했는데 한화 측은 여천NCC의 회생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DL 측은 지난 3월에도 두 회사가 각각 여천NCC에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했지만, 여천NCC는 누적된 손실과 재무구조 악화를 극복하지 못 했던 것을 이유로 들어 경영과 재무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맞섰다.
이번 갈등을 촉발한 핵심 원인은 에틸렌 원료 계약안에 대한 양사의 온도 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 측은 에틸렌 판매가의 하한을 없애 물량을 최대한 가져가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DL은 여천NCC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 판매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여천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의 70%가량을 한화가 가져가는 가운데 공급 물량 차이로 인한 이해관계가 발생한 것이다.
양측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도 불구하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DL 측은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최근 개정된 상법 등에 따라 대주주의 책임이 적극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천NCC의 경영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짚었다.
한화 측은 "DL케미칼에 대한 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가 있었지만 자금 용도가 운영자금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 DL이 YNCC에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YNCC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려면, DL케미칼의 자금 지원 이사회, 합작법인인 YNCC 이사회 주주사로부터 차입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와 같은 추가적 조치가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에틸렌 공급가 계약과 관련해서도 DL 측은 "DL의 경우 여천NCC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단가로 에틸렌을 거래하며, 여천NCC의 자생력을 키우고자 했다"며 "반면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볼 수밖에 없는 가격만을 고수하는 등 자사에게 유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직격했다.
한화 측은 "한화는 시장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면서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인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고 그 결과로 YNCC에 과세 처분이 내려지거나 부당지원 행위 등으로 법위반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응수했다.
여천NCC는 지난 1999년 한화와 DL이 각각 50%씩 합작해 설립한 법인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업체로 군림해왔지만 중국발 공급과잉 탓에 최근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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