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홈마이너스'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기업회생의 길을 걷게 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그 파장은 한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 입점업체와 노동자는 매출감소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나 특단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 필자는 온라인 쇼핑앱을 ‘홈플러스’로 바꿨으나, 대부분 소비자들은 기존 쇼핑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수사하고 있으나, 어느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다.

저평가 기업 인수 및 경영혁신, 기업 가치 제고
이번 사태는 대중에게 사모펀드(PEF)에 대한 깊은 불신, 즉 '먹튀'나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사모펀드는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기에, 기업가치 제고나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지역과 협력업체와의 상생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저평가된 기업 인수를 통한 가치 제고’는 사모펀드의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이며, ‘버거킹, ’교촌치킨‘, ’롯데렌탈‘ 등 여러 성공 사례들이 있다.
우리 정부는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 양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그 결과 국내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EF 수는 초창기 15개에서 2024년 말 기준 1,137개로 급증했다. 규모 또한 초기 4천억 원에서 21년 만에 153조 원 수준으로 380배 가까이 성장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 및 저자본 기업 인수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는 이러한 사모펀드의 성장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믿고 규제를 완화해 왔다. 2019년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문 사모 집합 투자업' 등록의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2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유지 기준도 14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는 적은 자본금으로 막대한 부채를 일으켜 기업을 인수하는 ‘LBO(레버리지 바이아웃·leverage buyout)’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몇 번의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M&A 시장에서 사모펀드는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투자 대신 자본 유출 빨대를 꽂은 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 2000억 원의 인수대금 중 무려 5조 원을 차입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과도한 차입 부채 이용이 홈플러스의 재무 악화로 이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LBO는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부채 상환을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의 영업자산을 매각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현금 1조를 대대적으로 투자해서 홈플러스를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홈플러스 인수 전후 현금흐름표를 확인해보면 MBK파트너스는 투자를 축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BK인수전과 비교목적으로 현금흐름표의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 리스료지급액(리스부채상환액)을 제외함
1. 영업활동(상품구매, 진열, 판매등)을 통한 현금확보 차이 - MBK 인수 전 영업을 통해 3.8조를 확보 1.9조를 투자활동에 사용 나머지는 채무변제들의 재무활동에 사용 - MBK 인수 후 영업을 통해 2.6조를 확보, 점포 자산 매각을 통해 2.2조 추가 확보 하였지만 4.7조원을 차입금 변제, 상환전환우선주 상환, 배당 등으로 사용
2. 투자활동(자산취득, 처분등) 금액 차이 - MBK 인수 전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 1.9조와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1.7조을 합하여 약 3.6조 투자함 - MBK 인수 후 자산 매각으로 3.2조를 확보했지만 투자에는 겨우 1.0조만 사용함.
요약하면,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투자금액을 2.6조원 삭감했다.


MBK파트너스, 미국에서도 먹튀할 수 있나?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최근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자산 운용을 위한 사모펀드 규제안을 시행 중이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PEF 운용사들에게 정보 보고 양식인 ‘Form PE’를 통해 펀드 자산, 투자자 구성, 레버리지, 운용 성과 등을 투자자 및 금융당국에 상세히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운용 자산 15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 이상의 PEF는 분기별 투자 활동과 부채 사용 정보를 상세히 보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대체투자 펀드매니저 지침(AIFMD)’이라는 규제를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의 부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회와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사모펀드의 각종 폐해를 직시하고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역할을 살리되, 그 그림자가 더 이상 우리 기업과 경제에 드리우지 않도록 지혜롭고 균형 잡힌 규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김병주 사재출연, 홈플러스 사태 악화를 막는 유일한 해결책
MBK파트너스의 MBK는 ‘병주김’(김병주)를 의미한다. 사모펀드 특성상,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병주, 김광일 등의 경영진은 법적 심판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경영실패를 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가’라는 논리로 법정에서 싸울 것이다.
지금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김병주 김광일 두 당사자의 “사재출연” 외에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배장원 ( 성동장원(주) 대표, 신성장연구소 대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코스닥 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뒤 외국계 이동통신 기업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40세부터 문화창업플래너 창업교육 과정을 거쳐, 어르신 책과 잡지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을 창업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커피숍을 창업하며 지역 활동을 하다 제21대·제22대 국회 정무위원회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국회에서 금융·공정·보훈·가상자산 등에 대한 정책과 법안을 담당했고, 현재는 성동장원(주) 및 신성장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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