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임대료 인하 문제를 두고 법원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임대료가 과하다는 면세점 업계의 주장에 공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인천공항은 계약 원칙을 고수하며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면세점은 계약 기간 누적될 적자를 고려하면 사업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011e1c6dfbc07.jpg)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전날 간담회를 통해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사업권을 획득한 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면세사업자(신라·신세계)가 제기한 임대료 조정 요청에 미수용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라·신세계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 4기 면세점 공개입찰에서 면세점 주력상품인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사업권을 각각 여객 1인당 8987원(낙찰률 168%), 9020원(161%)에 따냈다. 이는 공사가 제시한 최저 수용액 대비 각각 68%, 61% 높은 수준이다. 운영기간은 10년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출국객은 3531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 내국인의 해외·온라인 구매 확대로 인해 면세점 매출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신라와 신세계는 현재 각각 월 8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라(5월 8일)와 신세계(4월 29일)는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딘 매출 구조와 높은 고정비 부담을 이유로 임대료 조정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지정한 삼일회계법인 조사 결과, 동일 조건에서 재입찰이 이뤄질 경우 임대료가 현 수준보다 약 40%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이 같은 감정 결과에도 "임대료는 낙찰자가 직접 제시한 금액이며 계약상 감액 사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법률 검토 결과 현 상황은 민법상 차임 감액 요건에 부합하지 않으며, 감액에 응할 경우 배임 논란과 형평성 문제 등 법적 위험이 뒤따른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열린 1차 조정기일에는 참석했지만, 오는 28일 예정된 2차 기일에는 불참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583efd0158c0c.jpg)
면세점 측도 매출 부진과 임대료 부담이 겹쳐 영업 지속이 어렵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현 구조가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철수에 대한 논의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다만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엄청난 규모의 위약금 등의 문제가 따르기에 실체 철수를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만약 해지 절차를 밟는다면 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약 19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며 6개월 의무 영업 조건도 따른다. 아울러 재입찰 참여는 가능하지만 정성평가에서 감점이 불가피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최악의 경우 공석이 된 사업권을 해외 사업자가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중국국영면세그룹(CDFG)이 과거 입찰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에 나설 경우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갈등이 단순한 임대료 문제를 넘어 공항 면세점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관광객 소비 패턴의 변화, 온라인 면세점의 부상, 글로벌 여행 수요 재편 등 복합 요인이 기존 모델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대료 문제는 단순한 가격 협상의 영역을 넘어 향후 한국 면세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현재 구조가 유지된다면 일부 사업자는 장기전에서 버티기 어렵고 결국 외국 자본이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 모두가 손해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려면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은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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