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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NOW] 오늘도 새벽 배송 받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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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속도가 아니라 ‘탄소 절감’, ‘폐기물 최소화’에 신경 써야

오늘 아침, 많은 사람들의 휴대 전화에 택배 도착 알림이 울렸을 것이다. 박스를 열면 원하는 상품이 정확히, 빠르게 도착해 있다. 마치 마법처럼. 그 마법 뒤에 남는 것은 음식보다 더 커 보이는 박스, 겹겹이 둘러친 포장재, “이걸 다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고민이다.

이커머스는 클릭 몇 번으로 당일·익일 배송을 가능케 하며, 쿠팡·마켓컬리·SSG 등은 세계적 수준의 배송 혁신을 이뤘다. 동시에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 플랫폼도 일상 속 유통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 모든 ‘배송 혁신’이 탄소배출 증가와 폐포장물 증가라는 현실적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배송을 받을 때, 작은 물품이 지나치게 큰 상자에 담겨 도착하는 일은 흔하다. 여러 상품을 함께 주문했을 경우, 서로 다른 창고에서 따로 출고돼 ‘스플릿 배송(split delivery)’으로 나뉘는 경우도 많다.

양희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시니어컨설턴트. [사진=법무법인 화우]
양희 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시니어컨설턴트. [사진=법무법인 화우]

여기에 여러 옵션을 동시에 주문한 뒤 일부만 선택하고 나머지를 반품하는 ‘브라케팅(bracketing)’ 구매 문화까지 확산되면서 운송과 포장 낭비는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

음식 배달도 다르지 않다. 한 끼 주문에 비닐, 젓가락, 물티슈까지 별도 포장되어 따라오고, 매일 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쏟아진다. 한국소비자원 관련 조사(2022년)를 보면 배달음식 한 건당 평균 18.3개(147.7g)의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며, 1인당 연간 1341개의 용기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플랫폼은 ‘일회용품 없는 배달’ 프로젝트 등 재사용 용기 실험에 나서고 있는데 회수율, 위생 우려, 가맹점 부담 등으로 확산은 제한적이다.

아마존은 2019년 ‘기후서약(The Climate Pledge)’을 통해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 전체 전력 사용량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고, 2024년 현재는 100%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배송 차량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 중이며 2030년까지 10만 대 도입을 목표로 한다. 도심 내에서는 전기 자전거와 도보 배송, 장거리 구간에서는 철도 운송을 활용하며 운송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포장 최적화 시스템을 통해 제품별 맞춤형 포장방식을 적용하며, 에어필로우 등 비닐 완충재는 종이 기반 포장으로 전환 중이다.

아마존은 협력사에도 Scope 1·2·3 배출량 정보 공개와 감축 계획 제출을 요구하며 공급망 전반의 ESG 수준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 배송을 위한 인프라, 포장재, 에너지, 차량, 협력사 모두가 ESG 관리 범위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국은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포장재 회수·재활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포장재 생산자와 수입자는 회수·재활용 계획을 제출하고, 재활용 용이성 라벨 부착, 재활용 부담금 납부, 분리배출 체계 준수 등을 이행해야 한다.

2021년부터는 포장에 대한 재활용 등급 평가(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표시가 의무화됐으며,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에 대해서는 단계적 퇴출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히 제조사나 유통업체뿐 아니라 식품 가맹점·플랫폼 운영사 등 배달 생태계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 감축, 일회용품 규제, 재사용 용기 보급 확대는 환경부의 ESG 핵심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배송 속도가 품질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탄소 절감’, ‘폐기물 최소화’, ‘규제 대응 속도’가 브랜드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다. 관련 기업들은 이커머스, 음식 배달, 유통 물류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점검이 요구된다.

우선, 전 과정 평가(LCA) 기반 포장 설계를 통해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체 환경영향을 고려한 포장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 소재 도입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 회수·재사용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SG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하고 협력사에게도 동일한 기준 확산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원재활용법과 분리배출 규제에 따른 이행 점검과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새벽 배송이든 음식 배달이든, 이제는 배송이 단순한 소비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 한 건의 배송에는 탄소, 폐기물, 규제, 기술, 사람이 촘촘히 얽혀 있다. 이제는 포장을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법적 요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적하며, 공급망 전체가 함께 변화하는 구조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한 상자, 플라스틱 용기 하나에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한 의지와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제는 소비자의 편의와 환경적 가치를 조화롭게 아우르는 균형점을 모색하는 일이, 경쟁력 있는 배송 서비스를 고민하는 모든 기업에 주어진 현실적 과제가 되고 있다.

양희 시니어컨설턴트(법무법인 화우 ESG센터) hyang@yoon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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