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탈(脫) 플라스틱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은 오지 않을 것인가. 국제적으로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과 이를 생산하기 위한 화석 연료 사용 등으로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제성 있는 국제 협약 부분에 이르면 ‘필요는 한데 글쎄…’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나’ ‘단계적으로 천천히…’ 등 ‘침묵과 회피와 외면’만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가 협약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끝났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정부간 협상위원회 추가 협상 회의가 진행되는 회의장 밖에서 관계자들의 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90bac49b653bb7.jpg)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INC-5 회의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열린 제네바 회의에서 생산감축이 포함된 협약이 만들어질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회의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부산 회의(INC-5) 이후 의장이 제안한 문서로 시작했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강력한 협약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닌 큰 성과가 없었던 이전 회의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관할 수 없는 비공개 협상 요구가 많아 유엔 협약이 공정성과 투명성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네바 현지 시간으로 13일 의장 문서(Chair’s Draft)가 공개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의장 문서에는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는 내용과 화학물질 규제 내용 등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 같은 의장 문서에 콜롬비아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파나마는 “협상의 레드라인이 짓밟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영국은 “최저 수준의 합의”라고 표현했다. 결국 14일에 마무리되기로 한 회의는 15일까지 이어졌다.
제네바 회의 현장에서 이를 지켜본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13일 의장 문서는 다수의 정부 대표단뿐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큰 충격이었다”며 “의장 문서 발표 후 시민사회는 회의장에 입장에는 각국 정부 대표단에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외치기도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레이엄 포브스(Graham Forbes)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대부분의 국가가 강력한 협약을 원했는데 소수의 방해국들이 ‘절차’를 악용해 강력한 협약 성안을 방해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려면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고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포함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들도 제네바 협상 결과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019년 기준 플라스틱 생산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22억톤CO₂e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 생산이 연 4%씩만 늘어나도 2050년까지 이 수치가 세 배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플라스틱의 과잉 생산은 해양 오염은 물론 기후위기까지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국제적 목표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INC-5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플라스틱 생산감축 조항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정부간 협상위원회 추가 협상 회의가 진행되는 회의장 밖에서 관계자들의 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1cd2324f92164.jpg)
2022년 기준 세계 5위 석유화학제품 생산국인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오염과 기후위기에 막중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정부는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기후솔루션 측은 “이 로드맵이 단순히 재활용 확대에 머문다면 아무 소용 없다”며 “생산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하고 지나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아울러 앞으로 계속될 국제 협상에서도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적극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협상 결렬이 끝은 아니라며 위안으로 삼고 있다. 직전 협상인 INC-5 부산에서 파나마가 제출한 플라스틱 감축 조항은 89개국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6월 유엔해양총회에서 채택된 ‘니스 선언’에는 전 세계 95개국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목표를 공식 지지했다.
그린피스 측은 “이재명정부는 ‘탈플라스틱’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국제 협상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대신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명확하게 지지하는 의사를 밝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 공동의 노력에 함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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