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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지아 한국인 구금 사태, 또다른 징조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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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그 징후나 신호가 존재한다. 좋은 일의 전조(前兆)든, 불길한 일의 징조(徵兆)든 알아챈 이들은 미리 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후회만 할 뿐이다.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한국 대기업 직원 300여 명이 구금되는 난생 처음 보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도 여러 징조가 있었을 것이다.

기자수첩 [사진=아이뉴스24 DB]

이번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불법 체류자 단속 소식에 한 대기업 관계자는 "SK가 겪은 일이 하나의 징조이긴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였던 2020년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10여 명이 체포됐다가 풀려난 일이 있었는데, 이번 일과 규모만 다를 뿐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2기 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불법 이민과 관련해 엄격한 발언을 쏟아냈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올 연말까지 크고 작은 산업 현장, 도심 일터를 단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고 한다.

트럼프 2기의 서슬퍼런 불법체류 단속을 알면서도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무비자 단기여행허가(ESTA)와 단기 상용비자에 의존한 기업들의 안일한 컴플라이언스 의식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행처럼 해왔더라도, ESTA와 단기 비즈니스용 'B1' 비자를 남용해선 안됐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1970~1980년대라면 '한국 특유의 불도저 정신'이라고 포장할 법 하지만, 최근까지 기업들 스스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법률·규칙 준수)를 강조하지 않았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적 시스템이 팔란티어와 협력으로 더욱 정교해진 점도 주목된다. ICE는 단기 비자로 입국한 한국 대기업 직원들이 사업장 인근 호텔에서 얼마나 머무는지 여부와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패턴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기업들이 처한 모순(矛盾)적 상황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9~2020년부터 논의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는 최근 5년새 급물살을 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반도체·이차전지를 생산하는 첨단제조공장을 미국 곳곳에 세우고 있다.

공장 부지를 다지고 기반을 만드는 토목, 건물을 짓는 건설 단계까진 미국 건설사에 맡길 수 있지만 그 이후 작업부턴 한국인 설비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는 제한적이다. 최대 대미 투자국인 만큼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오가며 자유롭게 일해야 하지만, 정작 비자는 주어지지 않았던 셈이다.

주재원 비자 'L1'은 한국 기업이 미국 법인을 갖고 있을 때, 그 회사 직원이 미국 법인에서 일할 때만 받을 수 있다. 투자 비자 'E2'도 마찬가지다. 미국에 투자를 한 원청 회사 직원들은 받을 수 있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한국인 전용 취업 비자' 쿼터 신설이 필요하다고 외교부에 의견을 여러 번 냈지만, 그동안 의미 있는 진척은 없었다고 한다.

그 사이 한국인 엔지니어들의 ESTA, B1 비자를 통한 미국 입국이 줄을 잇고 한·미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다 300명 구금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동안 누적된 징조를 무시한 대가로 우리 국민 300여 명이 교도소보다 열악한 타국 구금 시설에 닷새째 갇혀있다.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가 또 하나의 징조가 돼선 안 된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일각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거친 단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한국인 전용 취업 비자 쿼터' 신설까지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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