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대상포진 환자가 중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입산 백신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통증 등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높인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상포진 환자 사례.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e75c3ac3bd17fa.jpg)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76만2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로 확대해 보면 누적 환자가 356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자가 급증하면서 진료비도 뚜렷하게 상승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환자의 대상포진 총 진료비는 2020년 810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950억5000만원으로 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층 진료비 증가율(7.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VZV)가 체내 신경계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재활성화돼 발병하는 질환으로, 특히 50대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고령층이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는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져 심각한 통증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현재 시판 중인 대상포진 백신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효과는 입증됐으나 접종 후 통증이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통증과 비용 부담을 낮춘 국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 자체를 활용해 제조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만 투여하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 방식은 기존 백신과 유사한 예방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환자 접근성이 높아질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GC녹십자와 차백신연구소다.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Curevo)를 통해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임상은 영국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접종자 전원이 면역 반응을 보였다. 부작용 발생률도 싱그릭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큐레보는 내년까지 2상 시험을 완료한 뒤 곧바로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향후 아메조스바테인의 상용화에 대비해 위탁생산(CMO) 권리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녹십자 관계자는 "싱그릭스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재조합 백신"이라며 "아메조스바테인이 주사 부위 통증과 전신 반응이 일반적인 백신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내약성 측면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백신연구소도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백신에는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 '리포팜(Lipo-Pam)'이 적용됐다. 리포팜은 체내 면역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찾아 제거하도록 도와, 기존 백신에서 고령층의 면역 반응이 떨어졌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VZV-001이 싱그릭스와 동일한 재조합 단백질 방식이지만, 접종 후 통증 같은 부작용은 줄이고 면역 효과를 더 높이는 것이 목표다. 앞서 진행된 임상 1상에서는 용량과 관계없이 모든 시험군에서 내약성과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면역원성 평가에서도 2차 접종 4주 후 모든 대상자에게서 항체가 2배 이상 증가하는 100% 혈청방어율(SPR)을 유도했다.
차백신연구소 관계자는 "임상 2상을 신속히 추진해 국내외 임상 3상 진입 기반을 마련하고, 글로벌 파트너십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2상은 최적 용량을 도출해 임상 3상 설계에 반영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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