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프라이팬 코팅제와 반도체 공정 등에 쓰이는 ‘과불화합물(PFAS)’은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으로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부른다.
전 세계 수돗물과 하천을 오염시켜 장기적 인체 건강 위협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제 공동연구팀이 PFAS를 기존보다 1000배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건설및환경공학과 강석태 교수 연구팀이 부경대 김건한 교수, 미국 라이스대 마이클 S. 웡(Michael S. Wong) 교수 연구팀, 옥스퍼드대, 버클리국립연구소, 네바다대와 함께 기존 정수용 소재보다 최대 1000배 빠르고 효율적으로 물속 PFAS를 흡착·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프라이팬 코팅제 등에 사용되는 과불화합물은 거의 분해되지 않는다. 폐기 등으로 오염됐을 때 이를 정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 프라이팬 코팅이 벗겨졌을 때는 즉시 사용을 금지하는 게 좋다. [사진=Freepik]](https://image.inews24.com/v1/707ac511d1cb39.jpg)
과불화합물(PFAS)은 탄소(C)와 플루오르(F)의 결합으로 이뤄진 화학물질의 집합물질이다. 절연성과 내열성이 뛰어나 프라이팬 코팅제, 방수 의류, 윤활유, 반도체 공정, 군수·우주 장비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쓰인다.
사용과 폐기 단계에서 환경으로 쉽게 유출돼 토양·물·대기를 오염시키고 식품이나 공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된다.
2020년 조사 결과 미국 수돗물의 45%, 유럽 하천의 50% 이상에서 PFAS 농도가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인체에 축적된 PFAS는 거의 배출되지 않아 면역력 저하, 이상지질혈증, 성장 저해, 신장암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유럽연합(EU)은 산업 전반에서 PFAS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미국은 2023년부터 제조·수입업체 보고를 의무화했다.
아주 미세한 양이라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물 1리터 속에 이 물질이 4조분의 1그램만 있어도 기준을 넘는다는 뜻이다.
PFAS 정화 과정은 일반적으로 오염수를 흡착해 농축한 뒤 광촉매 또는 고도산화(Advanced Oxidation) 공정을 통해 분해하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적절한 흡착제의 부재로 정화 효율이 매우 낮았다. 활성탄이나 이온교환 수지의 경우 흡착 속도와 흡착량이 모두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연구팀은 기존의 활성탄이나 이온교환수지보다 최대 1000배 더 많은 PFAS를 빠르게 흡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이 소재는 구리와 알루미늄이 결합된 점토 형태의 물질(Cu–Al 이중층 수산화물, LDH)로, PFAS를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붙잡아 물에서 제거할 수 있다.
열이나 화학 처리를 통해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해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정화 기술로 평가된다.
강석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프라이팬 코팅제에 대해 과불화합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라이팬 코팅제로 사용되고 있어 (대체 물질 개발, 사용금지 등)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물질 개발은 물론 코팅제 사용 금지 등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프라이팬 코팅이 벗겨졌을 때는 곧바로 폐기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부경대 김건한 교수(제1저자 및 교신저자), 라이스대 정영균 박사후연구원(공동 제1저자), KAIST 강석태 교수(교신저자)가 주도했다.
연구 결과(논문명: Regenerable Water Remediation Platform for Ultrafast Capture and Mineralization of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어(Advanced Materials) 9월 25일 자 온라인 커버 논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