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이창용 총재의 임기가 반년 남았다. 문재인 대통령 때 지명받은 이 총재는 윤석열 대통령을 거쳐 다시 민주당 정권에서 임기를 마치게 됐다. 아직 연임 여부는 알 수 없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연일 화제다. 지난 27일엔 140쪽짜리 대형 백서를 내놨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이 코인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젊은이들이 주식과 코인에 관심이 높다는 걸 의식한 듯, 대부분 한마디씩 걸쳤다.
정치인들은 '왜, 어서 도입하지 않느냐'라는 식의 공격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젊은이들이 코인에 관심이 높다 보니, '나는 네 편이다'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정도로 읽힌다. 이 총재의 뚝심도 만만치 않았다. 여느 질의와 달리 코인에 관해선 단호한 견해를 주저하지 않았다. 마치 대한민국 통화 주권을 지키는 마지막 전사 같이 보였다.
이 총재가 국감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화의 국외 유출은 날로 늘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세계화하면서 해외 주식을 사고파는 규모가 커졌다. 서학개미도 무시하지 못한다. 휴가 때 해외로 여행하는 건 이제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추세가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거스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면…. 대한민국 중앙은행 총재로선 두려움이 앞설 만도 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사 이래 가장 큰데도 환율이 오르는 건 해외로 나가는 돈이 많아서라고 했다. 자본 유출을 컨트롤해야 새로운 화폐(원화 스테이블코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비기축통화가 구조적으로 가진 핸디캡이다.
이 총재의 디지털 분산원장(블록체인) 신뢰는 높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디페깅(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 문제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책임자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화폐의 탈을 쓰고, 가치가 다를 수 있나? 분명히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중앙은행시스템에서도 늘 있었다. 201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중앙은행시스템이 대세로 자리를 잡을 때 발행했던 달러 화폐에 새겨진 'IN GOD WE TRUST'라는 문구는 실제론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믿는다'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사진=EBS 캡처]](https://image.inews24.com/v1/80defa15776e42.jpg)
중앙은행이 국민의 돈 가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화폐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중앙은행시스템과 함께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명목 화폐는 물가를 치솟게 했다. 화폐시장에서 신용이 고도화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동성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도 한다.
![[사진=EBS 캡처]](https://image.inews24.com/v1/c57accad6666b9.jpg)
적지 않은 거장이 중앙은행은 '내 돈의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기록시스템은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듯하다. 사전트 교수는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매우 흥미롭다"라고 말한다.
비기축통화 원화의 태생적인 취약점은 불가피하다. 이 총재의 임기가 얼마 남진 않았으나, 우리나라의 통화 시스템 발전을 위해 조금은 더 혁신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현존하는 중앙은행의 화폐 시스템은 이미 여러 비기축통화국에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가?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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