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신세계 그룹과 현대백화점이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신상필벌' 원칙 아래 쇄신을 단행한 신세계와 달리 현대백화점은 안정에 방점을 두고 교체 폭을 최소화했다. 롯데그룹의 연말 인사도 예년보다 빠른 시기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과 쇄신을 동시에 추구하며 유통 3사가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5개의 계열사 중 현대리바트와 현대에버다임을 제외한 13개 대표의 유임을 통해 교체 폭을 최소화했다. 현대리바트 대표로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을, 현대에버다임 대표에는 유재기 경영지원본부장을 각각 내정했다. 예년과 비슷한 인사 폭으로,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 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백화점과 홈쇼핑, 그린푸드 등 주력 계열사 경영진을 유임시켜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성에 방점을 뒀다"며 "이런 기조 속에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참신하고 유능한 차세대 리더를 적재적소에 중용해,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 "안정 통해 경쟁력 강화" vs 신세계 "젊은 조직으로 변화"
이는 지난달 26일 8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신세계의 인사와는 상반된 기조다. 신세계 그룹은 정유경 회장과 정용진 회장 모두 성과 위주의 '신상필벌' 원칙을 그룹에 각인시키며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신세계에서 세대교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면,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계열에선 글로벌 전략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두 리더십 모두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하고, 결과로 말하는 '신상필벌' 원칙을 그룹 전반에 각인시켰다는 해석이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패션 부문에서는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사장과 문성욱 시그나이트 사장이 대표로 승진했으며,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라이브쇼핑 등 3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됐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커머스·유통 계열사에서도 지마켓 신임 대표로 제임스 장(장승환·1985년생)이 선임됐으며, SSG닷컴,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등 4개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며 체절 개선을 꾀했다.
계열 분리 이후 신세계 그룹이 어떤 색깔을 입게 될지를 보여주는 선언적 성격을 가진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안정을 택한 현대와 달리 신세계는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를 통해 '젊고 역동적인 신세계'라는 새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롯데그룹, 고강도 인적 쇄신보단 '안정 속 쇄신' 기조에 무게
예년보다 각각 한 달가량 빨리 이뤄진 올해 인사 기조에 맞춰 롯데그룹도 11월 말에 이뤄지던 인사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그룹과 현대백화점 그룹의 뚜렷한 온도차만큼 롯데그룹의 인사도 예단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21명이나 교체했던 고강도 쇄신을 단행했던 만큼 올해는 교체 폭이 지난해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대체적이다. 지난해 임원 규모가 전년보다 13% 줄었고, CEO도 36% 교체된 만큼 올해에는 고강도 인적 쇄신은 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다만 지난해 인사에서 신세계처럼 성과주의를 강조했던 만큼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의 교체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적자가 3771억원에 달하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영업 적자인 할인점 부분과 영화 상영업 부문에서도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업계에선 조정 대상 계열사의 경우 조직 개편 폭이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만큼 수익성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도 지난 7월 VCM(사장단회의)에서 "그룹 자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일부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을 시사한 바 있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가 내년도 사업 방향성을 시사한단 점에서도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인사 기조와 맞물려, 롯데의 결정은 내년 유통업계 판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평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경영 기조 속에서 조직 안정을 우선시하되,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롯데의 인사 폭에 따라 내년 유통업계 흐름과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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