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재용·정의선 '치킨회동' 시작…생맥주로 '짠'

[아이뉴스24 권서아·박지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프렌차이즈 매장 '깐부치킨'에서 마주 앉았다.

15년만에 방한한 황 CEO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코엑스 인근 숙소에 들른 후 이 회장, 정 회장과 만남을 위해 깐부치킨을 찾았다.

세 사람은 편안한 차림으로 치킨 안주에 맥주잔을 부딪혔다. 황 CEO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가죽재킷 차림으로 깐부치킨에 도착했다. 이재용 회장은 아이보리 니트 차림, 정의선 회장은 흰색 후드를 입고 등장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수장의 행보가 비즈니스 미팅 대신 대중적인 로컬 공간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황 CEO는 지난 5월 대만 컴퓨텍스(Computex) 기간에도 타이베이 로컬 식당 ‘벽돌가마(磚窯)’에서 TSMC 등 주요 반도체 파트너들과 식사하는 장면이 현지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그는 시린야시장(士林夜市) 등을 들러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격식 대신 일상 공간을 통해 관계를 다지는 방식이다.

대만 재계에서는 저녁 자리가 단순한 식사보다 신뢰를 확인하는 절차로 여겨진다. 협력 의제는 낮 회의에서 정리되지만, 실제 파트너십의 온도는 저녁 식탁에서 드러난다는 인식이다. 황 CEO는 이를 대만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패키징, 차세대 메모리, 데이터센터용 가속기 공급망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전장 반도체,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가능성이 크다. 이번 만찬이 공식 발표 이전 관계 신호를 조율하는 자리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깐부치킨’이라는 장소도 상징성이 있다. ‘깐부’는 서로 돕는 관계를 뜻하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협력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황 CEO의 행보는 이른바 ‘만찬 경영’으로 요약된다. 대형 호텔 회의실보다 일상 공간에서 신뢰를 만들고, 문서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방식이다. 화려함 대신 소탈함을 전면에 둔 접근이지만,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AI 공급망을 조율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