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한때 황금 알을 낳았던 케이블TV(SO)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OTT 등 뉴미디어에 밀려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 납부하는가 하면, 수신료 매출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콘텐츠 이용대가) 지급률이 90%를 넘어선 사업자도 있다. 벌어 들인 돈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에 케이블TV 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업계 현실을 들여다보면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SO 방송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9년 11.1%에서 2023년 -1.3%로 감소했다. 반면 콘텐츠 이용대가는 상승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총수신료 대비 이용대가 지급률은 90.2%다. 5년 전 대비 1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SO 관계자는 "일부 SO 사업자의 경우 지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밝혔다.
인기 채널을 보유한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PP)가 여러 계열 채널을 묶어 협상하는 방식이 고착되면서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SO 측에 따르면 시청률이 낮은 채널까지 함께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선택권 없이 복수 채널의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경쟁력이 낮은 채널은 정리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SO 업계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콘텐츠 이용대가를 줄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줄어드는 반면, 주요 콘텐츠 사업자와의 협상력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발기금도 부담 요소다. 2024년 SO가 납부하는 방발기금과 영업이익 비율은 168%다. 영업이익보다 기금 지출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 진흥과 공공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SO·위성방송·IPTV 등 사업자와 지상파·종합편성채널, 통신사 등에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을 말한다. 이 기금의 SO 징수율은 2017년 결정된 방송서비스매출의 1.5%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PP 업계의 우려도 이해할 필요는 있다. 일부 PP 단체는 이용대가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제작 생태계 위축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제작 기반이 약화될 경우 산업 전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가치와 SO 지급 여력을 함께 반영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SO 방발기금 징수율에 대한 현실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 방송의 공적 역할을 위한 재원이라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영업이익보다 많은 기금을 납부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 환경이 달라진 만큼 사업자의 수익 구조를 반영한 부담 체계 조정 논의가 필요하다.
케이블TV 위기는 한 사업자의 경영난이 아니다. 지역 방송 인프라와 유료방송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리는 신호다. 정부가 제때 살피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더 적은 선택지, 더 약한 지역성, 더 불안한 콘텐츠 거래 구조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콘텐츠 이용대가 산정 기준 정립과 현실에 맞는 방발기금 부담 체계 재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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