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익숙한 농심 너구리의 오동통한 면발인데 냄비에는 국물이 없었다. 4분간 삶은 면에 물을 조금만 남긴 뒤 분말스프 절반과 굴소스, 알룰로스를 넣고 1분 정도 볶았다. 마지막으로 고추기름을 두르자 얼큰한 해물 향이 올라왔다. 9년 전 국내에 출시됐다 자취를 감춘 '볶음너구리'를 현재 판매 중인 너구리 얼큰한맛으로 재현한 것이다.
![너구리 얼큰한맛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레시피를 활용해 만든 '볶음너구리'.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37b6cc7b65ff0.jpg)
16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열린 '오픈 키친'. 이날 농심 연구원이 직접 조리해 내놓은 메뉴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탄 볶음너구리 레시피다. 단종된 제품을 그리워한 소비자들이 너구리 얼큰한맛에 재료를 더해 비슷한 맛을 구현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조리법이 퍼졌다.
직접 맛본 볶음너구리는 국물 없이 볶아냈는데도 너구리 특유의 해물 감칠맛이 살아 있었다. 굴소스와 고추기름이 더해지면서 매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졌고 굵고 쫄깃한 면발도 볶음면과 잘 맞았다. 소시지나 계란후라이 등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을 듯했다.
현재 해외에서 판매 중인 수출용 볶음너구리와도 나란히 비교해봤다. 세부적인 맛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꽤 비슷했다. 현장에서는 SNS 레시피로 만든 볶음너구리 쪽이 오히려 입맛에 맞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너구리 얼큰한맛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레시피를 활용해 만든 '볶음너구리'.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30e32ef7016c8.jpg)
볶음너구리는 농심이 2017년 너구리 출시 35주년을 맞아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1982년 출시된 너구리의 굵은 면발과 얼큰한 해물맛을 국물 없는 볶음면으로 재해석했다. 홍합과 오징어, 새우, 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고추기름에 볶아 만든 볶음해물스프로 해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었다.
출시 당시 반응도 뜨거웠다.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국내 판매는 중단됐지만 해외 수출용 제품은 현재도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종 이후에도 다시 판매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그러자 볶음너구리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움직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너구리 얼큰한맛에 굴소스와 고추기름 등을 더해 과거 볶음너구리와 비슷한 맛을 내는 조리법을 만들고 SNS에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사가 정해준 조리법을 벗어나 소비자가 제품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모디슈머' 문화의 한 사례다.
농심도 이런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연구원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레시피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과 조리법을 살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너구리 얼큰한맛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레시피를 활용해 만든 '볶음너구리'.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d46173a17ffbc.jpg)
이날 오픈 키친 역시 농심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리에 앞서 찾은 창조관에는 1965년 창립 이후 선보인 라면과 스낵 제품들이 시대별로 자리했다. 식문화전문도서관과 R&D 사료실에는 국내외 식문화 자료와 과거 제품의 기록이 보관돼 있었다.
60여년간 축적한 제품의 역사를 둘러본 뒤 주방에서는 소비자가 다시 불러낸 과거의 맛을 연구원과 함께 직접 만들어본 셈이다. 2017년 등장했던 볶음너구리가 9년 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는 모습은 라면 한 봉지를 즐기는 방식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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