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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지멘스 美 증설 러시…K변압기, 2030년 진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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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에너지, 미시시피에 5억2800만달러…투자지멘스·GE도 가세
신규 공장 안정화·숙련인력 확보에 시간…국내 업계 “단기 영향 제한적”
2028~2030년 공급 본격화하면 가격·품질·납기 경쟁 한층 치열해질 듯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전력기기 업체들의 현지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히타치에너지가 미국에 7000억원 규모의 변압기 공장을 추가하는 가운데 지멘스에너지 등도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변압기 업체들의 중장기 경쟁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신규 공장을 짓고 생산을 안정화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부족이나 국내 업체의 수주 호황이 끝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업체들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2028~2030년 이후가 진짜 경쟁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히타치에너지 변압기. [사진=히타치에너지]
히타치에너지 변압기. [사진=히타치에너지]

히타치, 미국에 변압기 공장 잇달아 건설

17일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히타치에너지는 미국 미시시피주에 5억2800만달러를 투자해 변압기 공장을 신설한다. 기존 크리스털스프링스 공장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로 조성되며 2029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히타치에너지는 이에 앞서 버지니아주 사우스보스턴에도 4억5700만달러 규모의 대형 전력변압기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지멘스에너지도 미국 내 제조시설 확대에 10억달러를 투입하고 변압기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GE버노바 역시 현지 전력기기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한다. 데이터센터가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전압으로 바꾸고 각 시설에 공급할 변압기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미국 전력망의 상당 부분이 노후화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와 제조시설까지 늘면서 변압기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해 늘어나는 수요를 선점하려는 모습이다.

히타치에너지 변압기. [사진=히타치에너지]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사진=효성중공업]

공장 지어도 바로 양산 못 해…단기 영향 제한적

글로벌 기업의 증설이 곧바로 시장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변압기는 고객과 전력망의 요구에 따라 전압과 용량, 내부 구조가 달라지는 주문형 제품이다. 설비를 갖추는 것뿐 아니라 설계와 조립, 시험을 담당할 숙련인력을 확보하고 생산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늘리더라도 신규 공장의 생산 안정화와 숙련인력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특히 변압기는 제품별 사양이 달라 숙련인력을 확보하고 생산 경험을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고압변압기는 제품 한 대를 생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작은 품질 문제도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량을 단기간에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효성중공업도 글로벌 업체들의 증설이 당장 미국 변압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데다 효성중공업 역시 시장 확대에 앞서 생산능력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타치에너지와 지멘스에너지 등의 신규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기존 수주 잔고와 공급 부족 상황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히타치에너지 변압기. [사진=히타치에너지]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사진=HD현대일렉트릭]

가격만으로 안 된다…품질·납기·거래관계가 관건

미국 변압기 시장의 경쟁력은 생산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품질과 납기, 유지보수, 고객 대응 능력과 기존 거래관계가 함께 작용한다.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약속한 시점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가 특히 중요하다.

변압기는 설치 이후 수십 년간 사용하는 핵심 전력설비다.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초기 구매가격뿐 아니라 장기간의 제품 신뢰성과 사후관리 능력까지 고려해 공급사를 선정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현지 생산과 고객 대응 경험을 이미 확보한 국내 업체들이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1년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운영해왔다. 현지 생산과 품질관리, 고객사 인증을 거치며 북미 사업 경험을 축적했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멤피스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생산기반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공급능력을 높이고 있다.

새로 공장을 짓는 업체와 달리 기존 생산라인과 숙련인력,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했다는 점이 국내 업체의 강점으로 꼽힌다.

히타치에너지 변압기. [사진=히타치에너지]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증설 물량 풀리는 2028~2030년 경쟁 본격화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히타치에너지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의 신규 공장이 2028~2030년 전후로 양산에 들어가면 미국 시장에 공급되는 변압기 물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그 시점에도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수요가 현재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늘어난 공급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다. 반대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면 업체 간 가격과 납기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향후 수요가 둔화할 경우 선제적으로 증설을 마치고 생산을 안정화한 업체와 뒤늦게 생산능력을 늘린 업체 사이에서 경쟁력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규모만 키우는 것보다 증설 시점과 가동률, 숙련인력 확보, 수주 물량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업체들도 현재의 수주 호황에 머무르기보다 생산 효율과 현지 서비스, 고객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압기뿐 아니라 차단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 안정화 설비 등을 함께 공급하는 통합 솔루션 역량도 향후 경쟁을 좌우할 수 있다.

결국 글로벌 업체들의 미국 증설은 당장 국내 변압기 업체의 수주를 위협하기보다 중장기 경쟁의 신호탄에 가깝다.

현재의 공급 부족과 장기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단기 호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규 생산능력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2028~2030년부터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과 납기, 숙련인력, 현지 생산 경험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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