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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취임 1주년] ①신사업 키우며 미래 개척하는 '퓨처빌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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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임 담화문서 "인류의 미래 개척하는 퓨처빌더로 나아가야" 강조

조선은 FOS로 체질 개선·마스가 협력, 석유화학은 '대산 1호' 사업재편
테라파워와 SMR 협력·1조원 투자로 발젠엔진·SMR 생산기지 세워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회장에 오른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사흘 뒤 전 임직원에게 보낸 취임 담화문의 한 대목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조선업 호황을 발판으로 그룹 주력 사업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첨단 조선소 전환부터 건설기계 통합, 석유화학 구조조정, 전력기기 증설까지 취임 당시 제시한 과제들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육상 발전엔진에는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했다. 조선에 집중된 그룹의 성장동력을 에너지 분야로 확장해 새로운 수익축을 확보하려는 행보다.

조선, FOS로 中 원가 격차 좁히고 마스가로 美 시장 두드린다

당시 정 회장은 담화문에서 "디지털, AI 기술을 활용해 미래 첨단 조선소(FOS)라는 우리만의 조선소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나가면서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여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지난해 9월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를 찾아 작업 현장을 살피고, 안전 시설물과 설비를 점검했다. [사진=HD현대]

FOS는 2023년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마쳤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기반 2단계인 '연결-예측 최적화된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HD현대는 2030년 3단계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해 생산성은 30% 높이고 건조 기간은 30%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 정 회장은 "지정학적 상황을 활용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시장도 적극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HD현대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탈,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조선소 인수·현대화를 위한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했다. 남은 과제는 미국 현지 조선소 확보다.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생산 거점이 사실상 필수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멕시코만 연안 등의 조선소 등을 후보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건설기계·정유·전력기기…담화문 과제가 실행 단계로

정 회장은 건설기계 사업에 대해서는 "인도, 브라질, 호주 등 신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올해 1월 울산캠퍼스에서 열린 'HD건설기계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1월 HD건설기계로 통합 출범했고 인도 사업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걸었다. HD건설기계는 지난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로 일본 히타치, 영국 JCB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칠레에서는 광산 밀집 지역에 거점을 새로 여는 등 광산장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석유화학 공정 혁신을 통한 원가 개선을 주문했다. 원가 개선은 공정 최적화를 넘어 설비 통합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4일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한 'H&L어드밴스드'가 석유화학 구조개편 1호 사례로 출범했다. 통합 법인은 3년간 나프타분해설비(NCC) 110만톤의 가동을 멈추고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서는 "경기사이클 영향을 덜 받는 배전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테크와 1조원대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급 계약을 맺고 올해 수주 목표를 51억8500만달러로 22.8% 올렸다.

또 글로벌 수요에 대응해 울산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북미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50% 늘릴 계획이다. 

테라파워와 동맹…투자에서 핵심 기자재 공급으로

정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대표 사업은 SMR이다. HD현대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원전기업 테라파워와 차세대 SMR '나트륨(Natrium)' 원자로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8월 14일 테라파워 빌 게이츠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육상 원자로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12월 테라파워의 첫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갈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들어갔다.

지난 5월에는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관한 기본합의서(FA)를 체결하고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의 제작·공급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테라파워·현대건설과 3자 업무협약도 맺었다.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를 제작하며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을 담당하는 구조다. 단순 지분 투자로 시작한 협력이 실제 기자재 제작과 원전 건설 사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취임 후 첫 '조 단위' 투자…발전엔진·SMR 공장 짓는다

신사업 확대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첫 조 단위 설비투자로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0일 육상 발전엔진 생산기지와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을 건설하는 데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오른쪽)이 HD현대마린엔진 생산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HD현대]

이 가운데 8336억원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3GW(기가와트) 규모의 육상 발전용 ‘힘센(HiMSEN)엔진’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투입한다. 2028년 5월 준공이 목표다.

신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HD현대의 전체 힘센엔진 생산능력은 현재 연간 3GW에서 2030년 7.2GW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력망 부족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육상 발전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나머지 2386억원은 울산조선소 내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 건립에 사용한다. 2029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테라파워 등 글로벌 SMR 개발사의 원자로 설비 제작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조선소에서 축적한 대형 구조물 제작과 용접 기술을 SMR에 활용하고, 선박용 엔진 사업에서 쌓은 역량은 육상 발전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기존 사업의 기술을 새로운 시장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내세운 '퓨처빌더'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투자로 평가된다.

中 물량 공세·노사 갈등은 남은 과제로

사업 재편과 신사업 투자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대표적인 부담은 중국 조선업계의 물량 공세다.

정 회장은 취임 담화에서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위험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며 "특히 조선업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년이 지난 현재도 이 같은 우려는 유효하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선박 수주량 가운데 중국의 점유율은 76%, 한국은 16%로 집계됐다. 국내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물량 격차는 크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 '퓨처 테크 포럼 : 조선' 기조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HD현대 정기선 사장(뒷줄 왼쪽 다섯번째)이 현대베트남조선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노사 관계 역시 부담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 2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52.14%로 부결됐다.

기본급 인상 폭과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재교섭에서도 좁혀지지 않으면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조선업 호황기에 확보한 일감을 제때 소화하고 FOS와 미국 진출, 신사업 투자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취임 1년 동안 정 회장은 담화문에 담았던 과제를 사업 통합과 설비투자, 해외 진출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실제 수주와 수익으로 연결하고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조선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퓨처빌더’를 내건 정기선 체제의 본격적인 시험대가 이제 시작된 셈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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