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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30년, 밥상의 변화]①"한 그릇에 담긴 기술력"⋯햇반 진천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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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도정·15도 저온보관⋯원료부터 깐깐한 품질관리
고온살균·취반·엑스레이 검사⋯소비기한 9개월 유지
진천 6개·부산 10개 라인⋯연간 생산능력 약 7억개씩
미주 햇반 2분기 매출 49% 증가⋯유럽시장 진출 검토

[아이뉴스24 구서윤·설래온 기자] 지난 21일 충북 진천군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하얀 햇반 용기들이 줄지어 움직였다. 빈 용기에 쌀이 담기고 살균설비에서는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사이로 밥을 담은 용기들이 다음 공정으로 밀려갔다. 검사장비가 제품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생산라인은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설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작업자는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밥 한 그릇이 사람의 손길 없이 완성되고 있었다.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올해 30주년을 맞은 햇반의 생산현장이다. 2018년 10월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6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약 2억8000만개의 햇반을 생산할 수 있다. 부산공장 생산능력까지 합치면 연간 약 7억개에 달한다.

밥맛의 비결은 쌀 관리에서 시작된다. 햇반에 사용하는 쌀은 15℃의 저온환경에서 보관한다. 고온에 따른 지방 산화를 늦추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후 공장 내부 자체 도정설비를 통해 당일 도정한 쌀만 밥을 짓는 데 사용한다. 현장 관계자는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것이 햇반의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도정을 마친 쌀은 세척과 불림을 거쳐 생산라인에 오른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빈 용기가 들어오면 자동화 설비가 일정량의 쌀을 담는다.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공장 안 벽면에 적힌 문구. [사진=설래온 기자 ]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살균공정이다. 상·하부 챔버가 맞물려 밀폐공간을 형성하자 고온의 증기가 공급됐다. 내부 압력을 높여 쌀을 살균한 뒤 증기를 배출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살균을 마친 쌀에는 정수된 물이 들어간다. 진천시에서 공급받은 물을 공장 내부에서 다시 여과·정수한 것이다. 이후 약 100℃의 고온에서 30분 이상 밥을 짓는다. 공정 중 용기를 한 차례 뒤집는 것도 눈에 띄었다. 밥알 사이에 수분을 고르게 퍼뜨려 일정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위생관리는 밥이 완성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냉각을 마친 햇반은 엑스레이와 금속검출기, 중량검사, 외관검사 장비를 차례로 통과했다. 이물질 혼입부터 무게와 포장상태까지 꼼꼼히 확인한 뒤에야 출고 준비를 마쳤다.

이처럼 철저한 위생관리는 햇반이 상온에서 9개월간 보관될 수 있는 비결이다. CJ제일제당은 무균화 공정에 산소 유입을 차단하는 다층구조의 용기와 필름을 결합했다. 제조 청정구역의 공기 중 먼지 개수도 1세제곱피트당 100개 이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벽면을 가득 채운 CJ 제품. [사진=설래온 기자 ]

공장투어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자 벽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진열대가 눈길을 붙잡았다. 햇반부터 비비고, 스팸까지. CJ제일제당이 선보여 온 제품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하나둘 눈에 익은 제품을 발견할 때마다 어린 시절 밥상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혼자 먹었던 한 끼, 친구들과 먹었던 간편식, 가족과 둘러앉았던 저녁 식탁의 기억이 제품마다 겹쳐졌다.

고개를 들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진열대 앞에서 한 기업이 우리 식탁에 쌓아온 세월의 무게가 새삼 실감 났다.

이 같은 역사를 돌아보는 공간에서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발표에 나선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30년간 변하지 않은 밥맛의 비결로 원료와 도정기술을 꼽았다.

오 연구원은 "건조온도가 높으면 동할립(금간쌀)이 증가해 밥을 지었을 때 밥알이 깨지고 무른 밥이 된다"고 짚었다. 고온에 보관된 쌀은 수분이 줄고 지방이 산패해 묵은 냄새가 발생하기 쉽다. 쌀겨층의 두께와 강도도 품종과 산지, 수확연도는 물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CJ제일제당이 쌀의 상태에 맞춘 도정기술을 발전시켜 온 이유다.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오예진 수석연구원이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기술 혁신은 밥맛을 넘어 제품의 형태와 영양 구성으로 확장됐다. 발아현미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식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전처리 기술을 개발했으며, 진공가압살균 기술로 깊은 용기 바닥까지 살균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일반 밥공기에 가까운 형태의 제품도 구현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햇반 관련 국내외 특허는 267건에 달한다.

최근에는 쌀 이외의 원료로 밥을 만드는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콩 등을 쌀알 형태로 가공한 '성형쌀'이 대표적이다. 원료의 영양성분과 씹는 식감을 함께 고려해 소비자의 다양한 식생활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포장재도 변화의 대상이다. CJ제일제당은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용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기존 햇반 용기의 안전성과는 별개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현재 용기도 기술적으로는 재활용할 수 있지만 국가마다 재활용 기준이 달라 실제 재활용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햇반의 향후 성장동력으로 해외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가공식품 시장이 성숙한 미국을 핵심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CJ제일제당 블로썸캠퍼스. [사진=설래온 기자 ]
김숙진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이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CJ제일제당은 2017년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가공밥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한국식 찰진 밥을 차별점으로 내세워 현지 소비층을 넓혀왔다.

북미는 햇반의 핵심 해외시장이자 CJ제일제당 해외 식품사업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지역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주 지역 햇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했다.

미국 다음으로 주목하는 곳은 유럽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쌀을 활용한 식문화가 발달한 국가를 중심으로 가공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쌀을 주식으로 소비하지만 원재료를 직접 조리하는 문화가 강하다. CJ제일제당은 국가별 가공식품 시장의 성숙도와 소비 특성을 살펴 진출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향후 안남미를 활용한 즉석밥도 제품 개발계획에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밥은 한식 글로벌화의 기반으로서 밥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과 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전 '밥을 사 먹는다'는 낯선 발상으로 시작한 햇반은 이제 세계인의 식탁을 겨냥하고 있다. 진천공장에서는 그 도전이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용기에 쌀을 담고 살균한 뒤 물을 부어 밥을 짓고, 완성된 제품을 거듭 검사하는 이유는 하나다. 갓 지은 밥 한 그릇의 맛을 언제 어디서나 일정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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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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