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 등이 재개발 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에 대해 규탄하며 국가유산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2968339eecec2.jpg)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주민들이 과거 문화재청이 별도 문화재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 지역에 대해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하는 것은 행정 일관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2017년 문화재청 고시와 2023년 공식 회신을 근거로 국가유산청에 평가 요구의 법적 근거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22일 국가유산청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법률상 의무가 없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강제하고 있다"며 "재개발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 없는 인허가 방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과거 문화재청의 행정 판단과 현재 국가유산청의 평가 요구 사이의 차이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고시 제2017-7호를 통해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적용하던 별도 문화재 심의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지정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문화재 영향검토를 생략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처리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기준을 변경했고, 이후 2023년 2월 세운4구역 토지소유자들의 국민신문고 질의에도 문화재청이 관련 협의기준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로 회신했다고 주민대표회의는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올해 5월 세운4구역 개발이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하고 인가 절차 유보를 명령했다.
이에 주민대표회의는 "국가가 스스로 문화재 보존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던 지역에 이제 와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2017년 별도 문화재 심의 조항 삭제가 현재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의무까지 배제하는지는 별도의 법적 쟁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보호구역 밖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이라도 세계유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다른 구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세운3-4·3-5구역이 2017년 이후 별도 문화재 심의 없이 개발을 진행했고, 2024년 세운3-2·3-3구역과 세운5-1·5-3구역의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 과정에서도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세운지구의 다른 구역에는 요구하지 않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세운4구역에만 명령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경계에서 약 170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100m 범위 밖에 있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은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추진돼 왔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고시와 올해 3월 통합심의를 거쳐 지난 6월 18일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입장차가 이어지고, 사업부지에서 발굴된 매장유산의 보존방안 심의도 지연되면서 착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유산위원회 매장유산분과는 세운4구역 유적 보존방안에 대한 심의를 세 차례 보류했다. 지난 16일에는 위원 11명이 현장조사를 실시했지만 보존방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매장유산 보존방안 심의는 사업부지에서 발굴된 유적의 보존·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절차로,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와는 구분된다.
주민들은 유산 보존을 위한 조치도 이미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자체 비용을 들여 약 3만 1000㎡ 부지의 정밀발굴조사를 마쳤고, 발굴된 이문과 배수로 등을 보존하기 위해 상업공간 일부를 포기하고 전시공간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호소했다.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200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2년째 착공하지 못하면서 금융비용을 포함한 누적 사업비는 약 8000억원에 달하고, 매달 2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약 50명은 착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세운4구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말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사업의 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운4구역 개발 논란과 관련해 "보존과 개발의 균형점을 갖고 같이 하자는 것"이라며 세계유산영향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평가 요구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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