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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커피보다 긴 쉼표 하나"⋯팀홀튼이 꿈꾸는 '작은 캐나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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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플래그십 내달 3일 개점⋯특화메뉴 50종
화덕 베이글·캐나다식 요리⋯현지의 맛 한자리에
회전율보다 머무는 시간 선택⋯도심 속 휴식에 방점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건물 앞에 다다르자 거대한 암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아래로는 에메랄드빛 물길이 펼쳐졌고 한편에는 카누가 놓여 있었다. 회색 건물이 늘어선 도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입구를 지나자 귀뚜라미를 비롯한 풀벌레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캐나다 로키산맥의 산악 마을로 들어선 듯했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캐나다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성수동에 마련한 국내 첫 플래그십 매장 '팀홀튼 밴프 타운 성수점'이다.

오는 11월 3일 정식 개점하는 이곳은 커피와 도넛 중심의 기존 매장과 달리 식사와 휴식, 문화 체험을 한 공간에 담았다. 좌석 회전율을 높이기보다 고객이 오래 머물며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 이름을 딴 밴프는 캐나다 로키산맥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팀홀튼은 이곳의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악 여행의 과정까지 실내 동선에 담았다.

입구는 산행을 앞두고 짐을 꾸리는 베이스캠프를 연상시켰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카메라와 여행용품 등을 배치한 공간이 등장했다. 캐나다 산악 관광지에서 등산 장비와 의류를 판매하는 상점을 본뜬 곳이다. 통로는 점차 좁아졌고 그 끝에는 뾰족한 지붕의 오두막이 자리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캐나다 산악 마을의 집을 모티브로 한 캐빈형 좌석이다. 원목으로 둘러싸인 내부에는 여럿이 마주 앉아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였다. 벽면에 흐르는 현지 풍경 영상과 풀벌레 울음소리가 어우러지자 산속 숙소에 머무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성수점 매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매장 카빈.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매장 일반 좌석. [사진=설래온 기자 ]

매장 곳곳에는 밴프의 자연을 담은 소품이 배치됐다. 옥상에는 설산을 형상화한 포토존을 마련했고 캐나다 관광청과 협업해 제작한 기념품과 메뉴판에도 현지의 풍광을 담았다. 현장 관계자는 "실제 캐나다를 방문해 공간과 음식의 세부적인 특징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넓은 공간에 비해 좌석은 많지 않았다. 오두막 형태의 독립적인 좌석을 배치하면서 테이블을 추가할 수 있는 자리도 줄었다. 일반적인 카페라면 매출을 위해 좌석수를 늘렸을 공간이다.

안태열 BKR 팀홀튼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한국 시장에 안착하는 단계인 만큼 당장의 매출이나 수익보다 소비자에게 팀홀튼이 어떤 브랜드인지 알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어울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얘기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매장 내 화덕.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식사 메뉴. [사진=설래온 기자 ]

주방에서는 캐나다의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매장 한편에 자리한 화덕에서 베이글을 직접 굽는다. 몬트리올식 베이글은 달걀과 꿀을 넣은 반죽을 꿀물에 데친 뒤 화덕에서 익히는 방식이다. 반죽과 숙성부터 조리까지 매장에서 진행한다.

성수점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총 100여 종이다. 이 가운데 50종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퀘벡 지역의 대표 음식인 푸틴부터 랍스터롤, 미트파이인 투르튀에르까지 캐나다 현지 음식도 다양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캐나디안 올데이 다이닝'을 내세운 이유다.

실제 시식에서는 식사 메뉴 특유의 짭짤한 풍미가 먼저 느껴졌다. '밴프 브렉퍼스트 샌드위치'는 씹을수록 참깨의 고소한 맛이 퍼졌다. '메이플 하비스트 스트라타'는 부드러운 식감과 짭짤한 맛이 어우러졌다. 다만 일부 음식은 간이 강한 편이었다. 커피보다는 맥주를 곁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디저트는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캐나다 전통 디저트인 나나이모바는 한입 베어 물자 형태가 무너질 만큼 부드러웠다. 익숙한 초코파이를 떠올리게 했지만 초콜릿의 진한 풍미와 녹아내리는 식감에서는 차이가 났다. 카카오 아이스 도넛은 쫀득한 첫 식감에 이어 부드러운 속이 느껴졌다. 단맛도 과도하지 않았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베이커리 메뉴.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베이커리 메뉴. [사진=설래온 기자 ]

여러 제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1200원짜리 '메이플 치즈 팀빗'이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거칠고 바삭한 겉면이 먼저 부서졌다. 뒤이어 달큰한 크림치즈가 입안에 녹아들었다. 튀긴 빵의 고소함에 부드러운 치즈가 더해졌지만 느끼함은 크지 않았다. 가격까지 고려하면 이날 맛본 메뉴 가운데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작은 빵 한 조각이 화려한 식사 메뉴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커피를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별도로 마련한 브루잉 바에서는 블랙커피를 30분마다 새로 내려 제공한다. 기존 다크로스트에 메이플과 멕시칸 라이트, 콜롬비아 등 성수점 전용 3종을 추가했다.

멕시칸 라이트는 입안에 닿자 산뜻한 산미가 퍼졌다. 메이플에서는 은은한 단향이 먼저 올라왔지만 뒤이어 커피 특유의 쌉싸래함이 살아났다. 달콤한 향이 지나치게 강하지 않아 균형이 좋았다. 콜롬비아는 우유를 곁들인 커피를 연상시킬 만큼 부드러운 인상이 특징이었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케이크.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 커피. [사진=설래온 기자 ]

팀홀튼이 성수동에 공을 들인 배경에는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 있다. 2023년 국내에 진출한 팀홀튼은 올해 초 '경영 2기'를 선언하고 식사 메뉴와 고객 경험 확대에 나섰다. 성수점은 이러한 변화를 집약한 매장이다.

부지를 찾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안 CBO는 올해 초부터 입지를 물색했지만 적합한 장소를 찾고 계약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성수동을 고집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선택한 성수동은 팀홀튼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브랜드를 알리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안 CBO는 매력이 부족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권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향후 메뉴 구성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팀홀튼은 고객 반응을 토대로 새로운 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내년에는 저당 음료와 단백질 관련 제품도 선보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 CBO는 "캐나다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연과 음식,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를 한국 고객에게 맞게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장식보다 편안함을, 빠른 회전보다 함께 머무는 시간을 택했다는 것이다.

팀홀튼 밴프타운 성수점 전경. [사진=설래온 기자 ]
안태열 BKR 팀홀튼 최고사업책임자(CBO)가 매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매장을 나서는 길, 오두막 안에서 들리던 풀벌레 소리가 멀어지고 성수동의 도심 소음이 다시 귓가를 채웠다. 눈앞의 절벽도, 에메랄드빛 물길도 실제 로키산맥은 아니었다. 그러나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머물게 만든 것만큼은 분명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찾았다가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쉬어갈 수 있는 곳. 팀홀튼이 성수동에 옮겨놓은 것은 캐나다의 풍경뿐 아니라 바쁜 하루 속 잠시 머무는 시간이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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