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방식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용역작업에 돌입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으나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관련 연구용역 완료 기간을 약 반 년 가량 늦추면서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과제의 결과물이 결국 다음 정부에서나 나오게 됐는데, '조작'이란 오명을 쓴 정부 통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3년 12월 국토연구원에 '주택가격 동향조사 신뢰도 확보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에 지난해 1월 계약을 맺어 착수일로부터 9개월간 연구용역을 거쳐 지난해 말쯤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다시 6개월이 연장된 바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연구용역이 마무리될 예정이었는데 올해 6월 말로 기간이 연장됐다"며 "국토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구체적인 배경 등의 사정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용역 발주 당시 통계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제3의 민간기관에도 용역을 맡겼고, 해당 용역은 마무리됐던 것을 고려하면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 시작한 주택가격 동향 조사는 지난 2013년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넘겨받아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국가 승인 통계로 공표해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는 KB부동산 등 민간 기관과 결과치가 엇갈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통계 조작' 의혹까지 휩싸이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 들어 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용역 내용 중에는 △주간·월간 동향조사 생산 과정 및 검증체계 등 검토 △통계 생산주기 및 생산방식 등의 적정성 검토 △동향조사 통계 활용 현황 분석·검토 △국내 및 해외 주택가격 통계 생산방식 등 사례 비교·분석 등이 포함돼 있다.

"늦어지면 무엇이 문제?"…논란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사실 연구용역은 필요에 따라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동향 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재지정 과정에서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해제한 직후 집값 상승세 조짐이 있는데도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는 실거래가격 외에 부동산중개업소 의견, 매물정보,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한 표본가격"이라고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조사를 깎아내린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난달 집값 상승세가 확연해지고 광범위해지자 뒤늦게 강남3구와 용산구까지 토허구역을 확대 재지정하면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불신으로 인한 정책적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국의 76개 재건축조합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가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통계를 믿지 못 하겠다며 청구한 공익 감사 역시 서울시의 사례와 비슷하다. 당시 감사는 종결되고 말았는데, 주된 이유는 국토부가 국토연구원 등에 맡긴 통계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어서 개선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란 취지였다.
전재연으로서는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가격 통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시행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할 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활용하는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관련 통계 조작 의혹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게 전재연의 주장이다. 재초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재건축 부담금을 산정하는 통계의 기준은 ‘한국부동산원 월간 동향(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이다. 주간 단위 통계가 쌓여 월간 기준 지수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논란에 정통한 관계자는 "실거래가는 보통 실제 거래보다 늦게 나오기 떄문에 근본적으로 표본을 구성해 조사하는 동향 조사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대신 통계적 관점에서 표본 구성이나 조사 방식의 차이에 따라 통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국토부에서는 근본적을 고민을 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기존의 통계 방식을 오래 써왔기 때문에 개선방안 마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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