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심부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심근병증’은 심장근육 자체가 약해지거나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심장이 몸에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숨이 차고 쉽게 피로해진다. 심한 경우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거나 젊은 나이에서도 급사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치명적 난치성 질환이다.
사람마다 심장이 늘어나는 확장성, 심장 벽이 두꺼워지는 비대성, 심장근육 일부가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허혈성 등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할 뿐 아니라 발병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심근병증의 원인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심장이 약해질 때 생기는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치료가 주로 시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상언· 병리과 황희상 교수팀은 심근병증 환자 37명을 대상으로 심장조직 내 특정 위치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 전사체학(spatial transcriptomics)’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심근병증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심근병증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사진=서울아산병원]](https://image.inews24.com/v1/43c68362bc3351.jpg)
심장 조직을 정밀하게 분석해 세포 구성과 유전자 발현 차이를 규명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인만큼 앞으로 심근병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의학연구소인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Research)·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최근 실렸다.
심근병증은 환자마다 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환자 한 명의 심장조직 내에서도 세포 구성이나 손상 정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존 분석법으로는 조직적으로 복잡한 심근병증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최신 분석법인 ‘공간 전사체학’은 세포 내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기존 기술에 조직 내 위치 정보를 결합한 분석법이다. 조직이 정상인 부위나 손상이 있는 부위 등 특정 부위에서 어떤 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발현하는지를 시각화할 수 있다.
조직이 손상되는 양상에 따라 세포별 유전자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지도로 그리듯 보여주는 분석법이다.
이상언·황희상 교수팀은 2018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심근병증 환자 37명과 대조군 7명의 심장조직을 공간 전사체학을 활용해 1만2800개 유전자를 도출해 대규모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심근병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포의 종류뿐 아니라 섬유화·퇴행 등 조직의 손상 양상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밝혀냈다.
연구팀은 심근병증의 복잡한 병태생리를 전 세계 연구자 누구나 직접 데이터를 탐색하고 활용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웹 기반 플랫폼까지 구축했다.
황희상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유전자 분석이 간과했던 세포별, 부위별 차이를 반영해 심근병증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며 “이를 바탕으로 심근병증의 병태생리 기반 정밀진단이 가능해지고 앞으로 정밀의학 기반 맞춤치료제 개발에도 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상언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근병증은 심부전이나 급사를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심장 기능 저하에 따른 공통된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심근병증의 다양한 병리적 양상과 세포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 데이터를 구축한 데 의의가 있고 궁극적으로 심근병증 자체를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해 연구하겠다”고 전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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