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콜마그룹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를 둘러싼 오너 2세 간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장남 윤상현 부회장이 이끄는 지주사는 "경영 판단은 혈연이 아닌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장녀 윤여원 대표의 단독 체제 이후 실적 부진을 겪는 상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전날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열린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 대표가 각각 맡기로 한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며 "창업주로서 조정과 중재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불거진 경영권 갈등과 관련해 "윤 부회장이 저의 가족경영 철학과 기존에 합의된 경영 승계 구조에 이견을 표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그룹의 경영 안정성과 임직원, 소비자, 주주의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이견이 갈등처럼 비춰진 점은 유감스럽지만, 이번 사안을 미래를 위한 일시적 조율의 과정으로 보고 창업주로서 그룹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회장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콜마홀딩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가 지주사와 협의 없이 윤 회장이 기념식에서 밝힌 비공식 입장을 언론에 일방적으로 알렸다는 주장이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창립 기념일은 2월 6일이다. 이와 함께 주요 계열사 경영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회장님의 발언은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윤여원 대표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상장사의 경영 판단은 혈연이 아니라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주사는 더이상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최대 주주로서 경영 쇄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남매간 갈등은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최근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에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추가하려 하며 촉발됐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를 거부했고, 지주사는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이사회 개편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윤여원 대표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관련 논의는 실체적 타당성에 기반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의 최대 주주는 지분 44.6%를 보유한 콜마홀딩스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8%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반면, 윤여원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 지분 7.8%, 콜마홀딩스 지분 7.5%를 보유해 경영권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한편, 콜마비앤에이치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자생산(ODM)과 화장품 원료를 개발·생산하는 주요 계열사다. 윤 대표는 2001년 한국콜마에 입사해 한국콜마 마케팅전략본부 전무, 콜마비앤에이치 기획관리총괄 부사장, 에이치엔지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2020년 1월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로 선임돼 정화영 전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다 지난해 단독 대표가 됐다.
실제 콜마비앤에이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367억원, 영업이익은 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62% 감소한 수치다. 2020년 7만원대를 상회하던 콜마비앤에이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만4030원으로 하락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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