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퇴직금 재원을 관리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 투자 담당 직원이 지인이 대표로 있는 외국 펀드에 투자 후 억대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허위출자 확인서를 발급받거나 법인 인감을 마음대로 부정 사용하는 등 공공기관에서 '비리 백화점'이라 불릴만한 수준의 비위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감사원은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2016년∼2024년까지 건설공제회에서 투자 업무를 수행한 A씨(현 본부장)는 2019년 9월 공제회가 스페인 물류 자산 펀드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는 일을 주도했다.
펀드가 조성되고 열흘 뒤 투자에 관여한 한 외국 브로커 회사가 펀드로부터 수수료 40만유로를 받았고, 이 회사는 이듬해인 2020년 5월에 A씨 차명으로 설립된 회사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20만유로(당시 환율로 약 2억6590만원)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본회.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6cba650b3cab3.jpg)
A씨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이 회사는 당시 컨설팅을 수행할 직원도 없었고, 실제로 용역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20년 12월 이 회사를 통해 허위로 미술품을 계약하는 방식으로 처남과 배우자의 계좌를 거쳐 자기 계좌로 2억5000만원을 이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22년 1월 부하 직원에게 이 회사의 GP(펀드 업무집행사원) 등록에 필요한 공제회 이사장 명의의 허위 출자 확인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했고, 직원이 공제회 법인 인감을 부정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또 자산운용 담당 직원의 경우 주식 매수가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명의로 약 7억4500만원의 주식을 사들였고, 모친·배우자·아들·딸 명의 계좌를 통해 공제회가 투자한 상장·비상장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매수했다.
감사원은 지난 1월 검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으며 건설공제회에 최고 수위의 징계인 파면을 요구했다.
아울러 건설공제회 B 전 과장이 2021년 대학 동창이자 동업 관계인 펀드 운용사 직원의 제안으로 외국 전기차 회사 펀드에 20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공제회는 주요 투자자의 투자 축소·철회에도 투자를 강행했고, 결국 작년 말 기준 전체 투자액의 83.1%인 166억원의 손실을 봤다.
감사원은 감사 시작과 동시에 퇴사한 B 전 과장의 추가 범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송부했다.
회원 상호 간 위험 분담과 복리 증진 목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공제회는 법상 금융기관이 아니라 관리·감독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감사에선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도 부동산 투자 심의 과정에서 관련 위험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하거나, 착공 시점의 임대 수요를 반영하지 않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공제회를 비롯한 7개 공제회는 2021∼2023년 자산 운용 관련 임직원 328명 가운데 154명이 7만2천119회에 걸쳐 주식 등을 매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공제회별 주무 부처의 감독에도 전문성 등에 한계가 있어 통제 사각지대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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