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요구르트 한 줄에 음료수 한 병, 라면 세 봉, 그리고 참이슬 네 병.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의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 매장에서 만난 23세 남성 졸로씨의 장바구니는 당장 한국 마트에 들고 가도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콜센터에 근무 중인 그는 스스로를 한국 드라마 광팬이라고 소개했다. 2018년께부터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극 중 등장하는 한국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한국 음식과 소주를 마신다.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의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 매장에서 만난 23세 남성 졸로씨의 장바구니. 한국 라면과 소주 등이 담겨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7b6c0e9e8ab14.jpg)
졸로씨는 "요구르트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소주 1병에 요구르트 1병 섞어 마시면 딱이다. 필리핀에서 입소문 탄 조합이다. 안주로는 생라면을 즐긴다. 드라마에서 보고 따라 먹기 시작했다"며 "필리핀 20~30대들이 소주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 멤버십 쇼핑에서 만난 30세 여성 킴씨는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본 뒤 가족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킴씨는 "필리핀 음식인 '시식'과 소주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졸로, 킴씨를 포함한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소주는 더이상 낯선 술이 아니다. K-드라마, K-팝, K-푸드 등 한국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자연히 K-주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덕이다.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의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 매장에서 만난 23세 남성 졸로씨의 장바구니. 한국 라면과 소주 등이 담겨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2ba58e79f4b56.jpg)
소주라는 술이 필리핀 현지 음주 문화와 결이 맞는 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필리핀은 공동체 중심, 가족 중심, 그리고 관계 지향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필리핀의 음주 문화는 사교 중심으로 발달했고,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를 넘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과 유대감을 중시한다. 안주와 술을 곁들이는 음주문화 '푸루탄', 기호에 맞춰 술과 음료를 각테일 방식으로 혼합해 즐기는 '팀플라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주를 즐기는 '비디오케', 한국의 건배·원샷 문화와 유사한 '타가이' 등이 대표적이다. 소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음주 문화와 유사하다. 한국 술자리에 최적화된 소주가 어렵지 않게 필리핀 음주 문화에 섞일 수 있었던 이유다.
마리 필 레예스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MD는 "퓨어골드, 세븐일레븐 등의 채널에서 소주 판매가 늘고 있다. 매년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과거에는 과일 소주가 인기 많았지만, 현재는 레귤러 소주(일반 소주)가 더 많이 팔린다. 소주에 요구르트나 맥주 등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은 마닐라 지역에서 6명의 MD 직원을 두고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 시장을 순화하며 제품 진열 상태와 클레임, 시장 변화 사항 등을 파악하고 있다.
소주가 '찾기 쉬운' 술이 된 점도 인기의 주요 원인이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한인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확대하고, 필리핀 주류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퓨어골드, 세이브모어, SM 슈퍼마켓, 세븐일레븐 등 접근성 높은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다각화했고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 400여 개 유통 거점을 기반으로 가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필리핀은 가정 시장과 유흥 시장이 철저히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효과는 더 크다. 술을 직접 유통 받는 한국 음식점과 달리 필리핀 음식점은 주변 마트에서 술을 구입해 업소에서 재판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21일 필리핀 마닐라의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 매장에서 만난 23세 남성 졸로씨의 장바구니. 한국 라면과 소주 등이 담겨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898c26694873d.jpg)
하이트진로는 앞으로도 필리핀 현지 문화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이어가 소주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친근하고 재밌는 술이라는 진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참여형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대학생 대상 오프라인 행사 'Jinro Night'와 K-콘텐츠 팬 이벤트, 미식 행사 'MEGA BALL' 후원 등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통해 현지 문화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팀플라도 레시피 소개, 숏폼 영상, 밈 콘텐츠 등 SNS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로 MZ 세대와의 소통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DBTK(Don’t Blame The Kids)와의 협업을 통해 한정판 굿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필리핀 현지에 7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과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식 주류 문화를 소개하는 등 K-푸드와 소주의 페어링을 확산시키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2일엔 마닐라에 위치한 삼겹살라맛에서 '진로라이브'를 선보였다.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해 온 대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콘텐츠다. 필리핀 걸그룹 'YGIG'가 출연했으며, 필리핀 젊은 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 문화를 접목해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진로라이브는 오프닝 건배 장면을 시작으로 △음주 경험담 공유 △술자리 게임 △비디오케 스타일 라이브 무대 등으로 이어졌다. 비디오케 문화를 적극 반영해 특히 출연진이 현장 신청곡을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라이브는 단순한 술 예능이 아니라, 진로가 필리핀 대중문화 안에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라며 "한식, 소주, 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MZ 세대를 겨냥한 현지화 마케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