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한국GM 노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영 정비센터 철수와 부평공장 부지 매각을 선언한 가운데, 노조는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계획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사측이 노조 지부장에 해고 통보를 하고, 노조는 릴레이 철야 농성 돌입과 함께 본격적인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예고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지부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https://image.inews24.com/v1/e157d2fbc3444a.jpg)
11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9일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장에 해고 통지를 했다.
지난 2020년 한국GM이 노조와 협의 없이 작업 속도를 상향하자 노조 간부들이 노동 강도 증가와 안전 문제를 우려해 생산라인을 세우고 임원실을 항의 방문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사측은 이 일로 노조원 33명을 징계했고, 이번에 해고 통보를 받은 안 지부장은 '징계 해고' 처분을 받았다.
이후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와 1심 재판부는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징계 무효' 판결을 했다. 그러나 사측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올해 2월 13일 대법원 판결로 노조 측이 최종 패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그동안 안 지부장에게 노사관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인정한다고 수차례 공식 입장을 밝혔고,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했지만 최근까지 임금도 지급해 왔다"며 "올해 임단협에도 노조 대표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해고 통지를 한다는 것은 노사 간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러한 사측의 조치가 지부장 지위에 관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도발 행위로 간주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사측에 지부장 해고 통지와 관련해 한국GM 본관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사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안 지부장은 "지부장 신변은 올해 교섭 의제가 될 수 없다"며 "이와 관련해 교섭을 흔들려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28일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시설과 부지 등 일부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설명이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 사업장 사장은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현재 차량 생산 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 있으며, 이번 조치는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발표 시점이 올해 임금교섭 상견례 당일이었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행보를 도발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강성 노조를 핑계 삼아 철수 수순을 밟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측의 자산 매각 발표 이후 노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연이어 만나며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국회에서 김교흥, 유동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관세 대응, 자산 매각, 한국 철수설 등 큰 이슈가 불거지며 올해 한국GM의 임단협은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기본급 5%) △순이익의 15% 성과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금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GM 본사의 한국 사업장 생산 물량 추가 배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신차 투입, 내수판매 활성화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본격적인 쟁의 행위에 돌입했다. 지난 10일부터 중앙집행위를 중심으로 본관 앞에서 릴레이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오는 18~19일에는 올해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 결의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한편, 미국 GM 본사는 1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향후 2년간 총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GM은 이번 신규 투자로 미국 미시간주와 캔자스주, 테네시주 내 공장들의 차량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것으로 GM은 전망했다.
GM이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철수설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GM은 한국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등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차종은 이날 발표된 미국 내 차량 생산 확대 계획에서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GM 측은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한국GM의 생산량을 당장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투자은행 번스타인 주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에 따른 한국사업장 전략 변화에 대해 "조금 더 두고 보는 접근(wait-and-see approach)을 하려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주요 파트너로 남을 것이고, 이는 낙관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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