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지난 열흘 남짓 국정운영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윤석열 시대의 '광풍'이 휩쓸고 간 혼돈의 뒤끝이어서 혹여라도 반대세력의 저항 등에 대한 일말의 긴장감이 없지 않았으나 아직까진 기우에 불과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특유의 현장 중심 국정운영을 통해 국민들이 느끼는 가려운 곳을 잘 헤아려 안도감과 함께 기대감을 주고 있다.
먼저 극심한 부진을 겪는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경예산안 편성 추진, 증권거래소 방문, 재계 간담회 등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이태원 참사현장을 방문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했고,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엄금 등을 지시해 북한에게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불통과 독선으로 폭주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 대통령에겐 다른 '호재'도 나왔다. 취임 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법리스크' 관련 법원이 먼저 재판을 무기 연기하는 바람에 숨통이 트였다. 더구나 대선이 끝난 후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혼돈 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야당복'이라고나 할까. 당분간 국내에선 이 대통령의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가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향후 각료 등의 추가 임명 과정에서 인사참사가 생길 수 있고, 오랜 숙원인 검찰개혁·국민통합·경제회복 부동산 문제 등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 대통령 특유의 순발력과 다양한 현장 경험 등을 살려 적절하게 잘 대처해 나간다면 임기초 폭넓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잘할 것이란 전망을 묻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지난 10~12일)에서 응답자의 70% 가량이 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외치(外治)다. 국외로 눈을 돌리면 이 대통령으로선 숨이 막힐 정도로 긴급하고 복잡한 국제적 난제들이 쌓여있다. 하나같이 국내 문제와도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현안들이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러시아 푸틴 대통령, 일본 이시바 총리 등 기라성같은 정치지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도 이들 지도자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얽히고 설킨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한미간 다양한 현안 해결 뿐 아니라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계 속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내치(內治)를 잘해도 이들 외국 정상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경제와 외교, 안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시급한 과제는 '트럼프 파고'(波高)를 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가하고 때론 상식에서 벗어난 언행을 일삼기 때문에 국제무대 경험이 없는 이 대통령으로선 철저한 전략적 대비가 필요하다.
당장 이 대통령은 16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서방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하여 정상 외교 데뷔전을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관세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북핵 문제 등 시급하고 예민한 외교 현안들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곧 마주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직설적이고 적대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한 자신에게 잘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등 개인적 관계를 중시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 친서 교환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후 지속적으로 우호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도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성향을 활용한 맞춤형 외교를 준비해야 하며, 실용적이고 개인 친화적인 접근을 선택해야 한다. 이미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언급한 골프 회동과 두 사람의 인생 및 정치 역정에 대한 공감 등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 보이는 정치적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방위비 분담 등의 협상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공동이익을 강조해야 한다. 북미 남북대화도 성과 중심의 단기 플랜을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념보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하는 점은 이 대통령에겐 호재다. 이 대통령 역시 이념보다는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합의나 회담 성과를 트럼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려주되 실리는 한국이 챙기는 유연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했다"는 외교적 성과를 매우 중요시하고, 외교를 일종의 협상거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북한과의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임을 강조하고, 북미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면 그의 성과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대화가 미국에겐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미국기업 참여나 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특구 개발 참여 등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것도 신의 한수가 될 것이다.
또한 한미 동맹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히 하여 그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럴 경우 '톱다운 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파격적인 정상간 담판'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주의할 대목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균형외교, 경제실용주의를 내세울 경우 자칫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중국 줄타기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점이다. 자기 편을 확실히 챙기는 그의 성향을 감안할 때 혹독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재명·트럼프 두 대통령은 실용주의와 성과 중심 외교라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의기투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간절한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경제적 속성을 잘 파악하여 국익을 위해 활용하는 전략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 외교에서 실습은 없다.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경기 광명시장 [사진=양기대 전 의원]](https://image.inews24.com/v1/a473b71cc2af1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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