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법관대표회의' 예정된 결과"…법원 내부서 비판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재명 파기환송심', 재판독립 등 전 안건 부결
법관들 "대다수, 처음부터 '의견 표명' 부정적"
"전합 비판 일부 법관, 새정부 출범하자 입장 돌변"
법조계 "사법신뢰 추락…아주 안 좋은 전례 남겼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재명 전원합의체 파기환송심'에 대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30일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법관 대표들은 해당 판결이 정치에 개입한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당의 탄핵 추진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한 뒤 표결에 들어갔으나 법관 대표들간의 견해 차만 확인한 채 의견 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제21대 대선 중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린 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5.5.26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선 중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린 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2025.5.26 [사진=연합뉴스]

회의는 이날 구성원 126명 중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5개 안건에 대한 의견 표명 여부에 대해 표결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안건은 △이번 판결이 정치 개입 의심을 불러 일으켰는지와 그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지 여부 △전국법관대표회의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제도개선안을 연구·논의해야 할 지 여부 △판결 법관에 대한 특검·탄핵·청문절차 진행이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지 여부 △'정치 사법화'가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요소인지에 대한 인식 △재판독립이 자유민주국가에서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라는 것에 대한 확인 등이다.

안건은 크게 두 줄기다. 각 사안에 대한 법관대표들의 입장 정립과 표명이다. 회의 참석자들과 일선 법관들 말을 종합하면 입장 정립 보다 '의견 표명'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지난 대선과 맞물렸던 만큼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현재로서는 굳이 의견을 표명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는 것이다.

안건별 찬성과 반대 의견 차는 컸다. 특히 '사법권 독립'에 대한 안건이 많았다. '판결 법관에 대한 특검·탄핵·청문절차 진행이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하자는 안건'에 찬성하는 법관대표가 16명, 반대가 67명이었다.

'정치적 문제가 재판사항이 되고, 재판 결과가 곧 정치가 된다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법관 독립에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는 안건에 대해서도 18명이 찬성한 반면, 반대한 법관대표는 64명이었다.

'자유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재판에 자유·평등·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는 안건도 찬성 14명에 반대 67명으로 부결됐다. 나머지 안건은 찬성 26~29명, 반대 57~56명이었다.

법원 내부는 "예정된 결과"였다면서도 아니한 만 못했다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애초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다. 상급법원과 하급법원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일선 법관들의 재판이 잘 된 재판인지 잘못된 재판인지,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에서 논의하고 표명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대법원은 특정 판결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일명 사법농단)에 휩싸이면서 헌정사상 전례 없는 화를 입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기소된 판사만 14명이었다.

같은 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도 비슷한 말을 하면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주도한 일부 법관들의 입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부 출범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법관들이 왜 침묵하느냐'던 어떤 분은 논의의 쟁점이 바뀌니까 '이런 법관대표회의는 안 된다'는 호소문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고법 판사도 "당초부터 판사들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재판독립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대선 정국에 말을 꺼내는 자체로 양측(진보-보수)으로부터 욕을 먹을 것이 뻔하니까 하지 말자고 얘기가 됐었다. 지금도 당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얘기를 하는 분들도 없다"고 했다.

다만, 최초 법관대표회의에서 올린 안건 외에 추가로 상정한 안건이 뒤섞인 데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관련 사건이 '내란 특검'으로 이첩됐기 때문에 법관들의 의견 표명이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앞의 고법 판사는 "법관들의 의중을 모두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특검에서 다룰 일을 법원이 뭐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지난 5월 7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지난 27일 내란 특검으로 이첩했다.

법원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내외부로부터 재판 독립을 지키겠다고 만들어진 법관대표 회의가 결국 이 사건 전체를 정치적 사건으로 끌고 들어간 셈"이라면서 "국민 보기에 사법부 신뢰를 추락시키는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했다.

앞서 법관대표회의는 대선 중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법 신뢰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했다는 일부 법관들의 비판이 나오자 지난 5월 26일 임시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으나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대선 이후로 회의를 미뤘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법관대표회의' 예정된 결과"…법원 내부서 비판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