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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혹은 대박"⋯기로에 선 H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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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신약 '리보세라닙' 美 허가 도전⋯"최종 승인 총력"
투자자 반응은 '냉담'⋯3월 보류 소식 이후 주가 하락세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HLB가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판매를 위해 식품의약국(FDA)과 추가 논의를 시작하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연이은 허가 보류로 여전히 앞날이 안갯속이다. 세 번째 도전에서 최종 승인이라는 성과를 거머쥐느냐 여부가 회사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HLB의 운명을 가를 미국 FDA의 판단이 주목된다. 어깨가 무거워진 진양곤 HLB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05.23 [사진=연합뉴스]
HLB의 운명을 가를 미국 FDA의 판단이 주목된다. 어깨가 무거워진 진양곤 HLB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05.23 [사진=연합뉴스]

3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와 파트너사 항서제약은 지난달 FDA에 타입A 미팅을 신청했다. 타입A 미팅은 신약 개발사가 FDA와 품목허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타입B, 타입C 미팅과 달리 긴급한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요청 후 통상 30일 내로 시작된다.

HLB는 현재 '성쇠(盛衰)'의 기로에 놓여 있다. 회사의 근간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올해 3월 FDA로부터 또다시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FDA가 발송한 보완요청서(CRL)에는 파트너사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제조품질관리(CMC)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HLB는 지난 17년간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입해왔으며, 그 결과 수년간 적자가 이어졌다. 2022년 영업손실은 747억원, 2023년 1250억원, 지난해 1185억원으로 집계됐다.

만약 삼수 끝에 이번에 허가를 받게 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은 국내 제약사가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한 첫 사례이자,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간암 1차 치료제로 유의미한 임상 효과를 입증했다. 같은 적응증을 보유한 경쟁 약물보다 원료 가격도 평균 80% 저렴해 상용화에 성공하면 그간 쌓여온 영업손실 해소는 시간 문제에 불과하다.

리보세라닙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 2(VEGFR-2)'를 타깃하는 티로신 키나아제 저해제(TKI)로, 암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다. 캄렐리주맙은 PD-1 수용체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다.

일례로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아바스틴은 미국 간암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약물은 단백질 기반 항체치료제로, 전형적인 주사제 바이오의약품이다. 합성공정으로 생산되는 저분자화합물인 리보세라닙과 달리 생산 방식이 까다롭고, 품질관리에도 높은 비용이 투입된다.

HLB의 운명을 가를 미국 FDA의 판단이 주목된다. 어깨가 무거워진 진양곤 HLB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4.05.23 [사진=연합뉴스]
진양곤 HLB그룹 회장(중간)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간암신약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FDA 승인 불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3.21 [사진=HLB 온라인 기자간담회 화면 캡처]

항서제약에 대한 진양곤 회장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 미국 시장 진출은 HLB 만큼이나 항서제약에게도 중요한 전략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항서제약은 지난해 기준 총자산 501억 위안(약 10조원) 규모의 대형 제약사다. 지난해 매출은 279억 위안(5조6000억원)으로 이 중 50%가 신약 판매에서 발생했다. 매년 전체 매출의 30%를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항서제약이 중국에서 상용화한 파이프라인은 17개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자체 개발 신약이고, 일부는 개량신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상 3상과 허가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을 포함하면 20개 이상이다.

항암제 제네릭(복제약)으로 FDA 실사를 통과한 이력도 있다. 항서제약은 2014년 '옥살리플라틴'을, 2017년에는 '도세탁셀'을 승인받았다. 옥살리플라틴은 주로 직장암 치료에 쓰이며, 도세탁셀은 유방암·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둔다. FDA 승인 문서에 따르면 두 약물의 생산 시설은 항서제약이 보유한 중국 공장이며, 이 공장은 FDA 실사를 거쳐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인증을 받았다. 이는 항서제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초 체력을 다졌다는 사례로 평가된다.

HLB 관계자는 "리보세라닙은 회사를 상징하는 신약인 만큼, 최종 허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방에서는 진 회장에 대한 성토와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주주들의 반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주주는 "항서제약의 CMC 문제 속에서 더이상 HLB와 진 회장에 대한 믿음이 닳아 없어졌다"며 "진 회장의 꿈의 크기만큼 실망의 상처도 깊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HLB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만원대로 시작했으나, 3월 FDA의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허가 보류 소식에 4만원대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5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2일 기준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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