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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GM 기로...완성차? 현지 공장? 수입차 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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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트럼프가 던진 관세 폭탄에 한국GM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80%가 넘는 물량을 미국에 수출하며 실적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대적인 전략 수정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전략의 방향성에 있어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가, 아니면 수입차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단순히 중소형 전략 차량의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 역할에 충실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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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미국에 본사를 둔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다. GM이 과거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한국GM 협력사 단체에 따르면,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만 276곳에 이르고, 2·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약 3000개 사, 관련 고용 인원은 약 1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GM의 국내 시장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보이는 행보는 철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한국GM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전국 8곳의 직영 정비센터를 순차적으로 폐지하고, 부평공장 내 유휴 부지와 일부 비핵심 설비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생산라인 운영에 변화는 없다는 설명이지만, 현장에서는 이같은 조치를 중장기적인 구조조정 신호로 보고 있다.

사실상 '효율화'를 명분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GM이 지난해 판매한 차량(49만9559대) 중 수출 물량이 95%(47만4735대)를 차지한다. 특히 이중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이 전체 수출물량에서 88.5%를 차지한다. 한국GM이 지난 2022년부터 2년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는 미국 수출 물량 증가를 기반으로 한 수익성 증가 덕분이었다.

반면, 국내 시장 전략은 모호하다. 완성차는 '신차 효과'가 판매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GM이 마지막으로 국내 시장에서 선보인 풀 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은 지난 2023년 3월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마지막이다. 지난해에는 부평공장에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생산 결정도 철회하면서 미래 전동화 전략도 없다.

한국GM은 쉐보레, 캐딜락, GMC 등 산하 브랜드의 수입 확대로 고객 선택지를 넓힌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본사 GM의 제품들을 가져와 한국 시장에서 파는 사실상 수입차 브랜드 전략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실정이다.

철수설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GM은 2018년 글로벌 구조조정 일환으로 한국 사업장 철수를 추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군산 공장도 폐쇄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먹튀' 논란과 함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당시 한국 정부가 한국GM에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하고, GM은 10년간 한국 사업장 유지를 약속하며 사업장 철수는 일단락된 바 있다.

오는 2027년이면 GM이 약속한 한국 사업장 유지 기간 10년이 도래한다. 2018년 당시 한국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은 군산 공장 폐쇄 당시 목격했던 것처럼 사업장 한 곳의 폐쇄가 지역 사회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GM이 한국 정부와 약속한 시한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 등 대격변 속 본사 차원에서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 발 자동차 관세까지 더해지며 한국GM 사업 전략 수정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GM은 국내 쉐보레 브랜드 출범 이후 한 때 '쉐슬람'이라고 불리는 단단한 고객 기반이 형성된 적이 있다. '쉐슬람'은 쉐보레와 이슬람 교도를 합성해 만든 말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표현하는 별명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판매망인 대리점 수는 지난 2018년 전국 280곳에서 70여 곳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직영 서비스센터까지 매각키로 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향후 한국GM 차량에 대한 사후관리서비스(AS)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GM은 갈림길에 서 있다. 국내 시장에서 KGM, 르노코리아와 함께 '중견 완성차 3사'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있는 수출 공장 중 하나, 또는 수입차 딜러로 만족할 것인가.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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