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일본의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 재정 위기와 바이오시밀러 우호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일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주요 기업들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한 고령자가 보행기구를 이용해 거닐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3cfc5371b7c83a.jpg)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최근 일본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이들이 일본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 정부가 운영 중인 '포괄수가제(DPC 제도)'에 있다.
DPC 제도는 일본 정부가 입원 환자의 질병별로 치료비 상한선을 미리 정하고, 병원에 정액으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병원이 어떤 의약품을 사용하든 정해진 금액만을 받기 때문에, 가격이 낮은 의약품을 사용할수록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그만큼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바이오시밀러는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은 낮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병원은 수익을 높이며, 환자는 약값 부담을 줄일 수 있어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주도의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 재정 악화가 심화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바이오시밀러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러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수십 년간 현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외국계 제약사를 견제하며 유지해온 방어 전략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일본 후생노동성(MHLW)은 글로벌 임상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 간 인종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을 경우, 일본 내 별도의 임상 없이도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허가 신청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셀트리온, 日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선두
셀트리온은 일본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4년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일본에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2023년 항암제 '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유플라이마(성분명 아달리무맙)'를 연이어 출시했다. 최근에는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을 출시해 자가면역질환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했다.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허쥬마의 일본 점유율을 75%를 달성했다. 트라스투주맙 계열 제품 5개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그젤마 역시 경쟁 치료제 6개 중 가장 늦은 2023년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29%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1위 제품과의 점유율 격차를 불과 2%로 좁혔다.
![일본의 한 고령자가 보행기구를 이용해 거닐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ff3e1d57b14c37.jpg)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의 성과도 뚜렷하다. 램시마는 같은 기간 일본 시장에서 41%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유플라이마는 12%의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유플라이마는 출시 4개월 만에 1.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본 제약 특성을 고려한 현지법인과 파트너사의 맞춤형 영업활동, 일본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우호 정책이 맞물려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일본은 아시아에서 핵심적인 시장인 만큼 제품 판매를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영업에 더욱 매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화학, 日 에타너셉트 시장서 기반 다져…삼성에피스와 경쟁 가능성도
LG화학도 일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셉트(성분명 에타너셉트)'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약 60% 상당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후 2021년 3월에는 류머니즘 치료제 '젤렌카(성분명 아달리무맙)'를 추가로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했다.
유셉트는 LG화학의 파트너사인 모치다제약이 일본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류머티즘 치료제 유통에 강점을 가진 아유미제약과의 공동판매 형태로 유통 중이다. 이를 통해 유셉트는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수요층도 고정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일본 니프로 코퍼레이션(이하 니프로)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피즈치바(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의 현지 상업화를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제품 개발과 생산·공급을 맡고, 니프로는 현지 유통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 출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시장에서 동일한 적응증 제품을 보유한 LG화학과의 경쟁 가능성을 시사한다. 셀트리온은 해당 계열 제품이 없다.
![일본의 한 고령자가 보행기구를 이용해 거닐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fd0d31dd32405a.jpg)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일본 성과는 판매사의 역량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니프로는 1954년 설립된 의료기기 전문 업체로, 연매출 약 5조6000억원, 시가총액은 2조원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니프로는 의료기기뿐 아니라 제네릭 등 의약품 유통 경험도 풍부해 일본 시장 진출에 적합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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