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RNA 가위로 원인 유전자만 정밀 제거에 성공하면서 조로증에 대한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임상적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해서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후 1~2년이 지나면 피부가 주름지고 키가 자라지 않으며 뼈와 혈관이 급속도로 노화되는 아이들이 있다. 조로증(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 HGPS)이라는 유전질환을 앓는 아이들이다.
약 800만명 중 1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평균 기대수명은 약 14.5년에 불과하다.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생명연 연구팀이 RNA 가위로 원인 유전자만 정밀 제거에 성공하면서 조로증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생명연]](https://image.inews24.com/v1/1c80d00a1c6f1c.jpg)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유일한 치료제인 ‘로나파닙(조킨비)’은 1회 투여 비용만 약 14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물이다. 수명을 약 2.5년 연장시키는 데 그칠 뿐만 아니라 다른 치료제와 병용이 필요하고 부작용의 위험도 있어 근본적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미래형동물자원센터 김선욱 박사 연구팀은 차세대 유전자 조절 기술을 활용해 조로증의 원인을 정밀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RNA)를 정확히 잘라내고 정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해 안전성까지 높이며 조로증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조로증은 LMNA 유전자에 생긴 단 하나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돌연변이는 세포 안에서 ‘프로제린(progerin)’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핵 구조를 망가뜨린다. 세포를 빠르게 노화시켜 노인처럼 뼈가 약해지고 혈관이 굳어져 결국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춘다.
연구팀은 이 프로제린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와 구별해 정확히 골라내는 RNA 가위(RfxCas13d, 프로제린 gRNA)를 만들었다. 이 RNA 가위는 정상적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 기술은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만을 조절하므로 기존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실수로 다른 유전자까지 자를 위험이 거의 없다. 자르더라도 나중에 되돌릴 수도 있는 혁신적 치료법이라고 연구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RNA 치료법을 조로증 유전자가 있는 마우스 모델에 적용한 결과 털 빠짐, 피부 위축, 척추 기형, 운동 능력 저하 등 조로증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체중이 증가하고 생식기관 기능도 회복됐다. 나아가 심장과 근육의 기능까지 나아져 건강한 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구로 단순한 질병 치료 기술을 넘어 노화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조절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 연구팀은 나이가 든 사람의 피부 세포에서 프로제린이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RNA 가위 기술을 적용했을 때 자연적 노화 현상도 일부 억제된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박사는 “이번 기술은 조로증뿐 아니라 RNA 편집 오류로 발생하는 다른 유전질환의 15% 이상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노화 관련 질병이나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에도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치료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임상적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치료제 자체의 실용화 문제와 더불어 이번 연구에서 전달체로 활용된 렌티바이러스의 안전성 문제 또한 높은 장애물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 방안 또는 대체방법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실용화의 시계를 앞당길 수 있다.
이번 연구(논문명 : Precise progein targeting using RfxCas13d: A therapeutic avenue for 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는 국제학술지인 ‘Molecular Therapy’ 6월 14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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