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cdc93963c977a.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에서 '탄핵 찬성파' 안철수 후보가 생존하고 윤심(尹心)을 앞세운 나경원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2차 경선에 진출한 4인은 이를 두고 저마다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해석했지만, 정치권에선 '파면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여론이 등을 빠르게 돌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찬탄' 안철수·한동훈 후보 측은 경선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그을 때가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안 후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세 후보님께 진심으로 제안드린다"며 "우리 누구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국민 앞에 솔직히, 진심으로 사과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강'을 넘어야 비로소 '국민의 길', '이기는 길'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1차 경선 내내 나 후보와 안 후보가 4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여온 상황에서, 쉽사리 안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이는 없었다.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본인이 2차 경선에 오르면서, 안 후보는 일찍부터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뒀던 것이 본선행의 열쇠였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전날 본선행 확정 직후 진행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반탄' 김문수·홍준표 후보를 겨냥해 "그분들은 이번에 후보로 대선에 참여하실 분들이 아니라 보궐선거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 분들이고, 그게 일관성에 맞다"고 직격했다.
한 후보 측 신지호 특보단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나 후보 탈락은 개인의 실패를 넘어선 상징적 사건'이라며 ''노 극우, 굿바이 윤'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찬탄 파이는 커지고 반탄 파이는 줄어들고 있다"며 "안 후보가 (2차 경선에) 들어오면서 중도·무당층의 경선 관심도가 제고됐다"고 밝혔다.
반탄 후보 진영에서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나 후보가 밀린 이유는 자신들과 지지층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후보 캠프 측 유상범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후보는 지지층이 홍 후보, 김 후보와 대부분 겹친다"며 "홍 후보와 김 후보 쪽으로 표가 많이 갔을 것"이라고 봤다. 김 후보 캠프의 김재원 미디어총괄본부장도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탄파 중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지지층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본다"며 "지금부터 그런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왼쪽부터),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f1d5f02cc0e6f.jpg)
이처럼 각 후보의 해석은 엇갈렸지만, 이번 경선이 '역선택 방지 조항'까지 적용된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경선 기간 나 후보가 '이념이 밥이다' 같은 강성 발언을 이어갔고, 이것이 윤 전 대통령의 '창당 움직임'과 결합되며 여론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나 후보가 경선 내내 지나치게 윤심 마케팅에 의존해 극우적 선거운동을 펼치지 않았느냐"며 "그런 것들이 부메랑을 맞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1차 경선에서 최대 쟁점이었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 관계자도 "파면된 대통령이 뚜렷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쇠퇴하면서, 당내 기반이 약한 안 후보가 4강에 진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2차 경선에 진출한 후보들은 이날 미디어데이를 통해 다시금 탄핵 이슈로 각을 세웠다. 한 후보는 당심이 50% 반영되는 2차 경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민심과 분리된 당심은 없다. 민심이 곧 당심'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전체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보다 지지율이 압도적'이라며 '당원 투표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김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상 대세론이 꺾인 것 같다'는 지적에 "윤 전 대통령이 파면돼 우리 지지자들이 상심하고 당황했을 것 같다"며 "경선을 거치며 서로 다른 생각이 용광로처럼 녹여 새 비전으로 힘차게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최종 결선 진출자를 정하는 2차 경선에서도 결국 찬탄파와 반탄파가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엄 소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며 "결국 한 후보와 홍 후보의 1대 1 맞대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앞의 당 관계자도 "지난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기록한 당원 지지율이 확 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봤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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