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셀트리온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섰으나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오히려 뒷걸음질 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 출시 당시 무리하게 잡은 매출 목표 설정과 바이오산업 투자심리 위축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주가 하락 관련 이미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909549c2511954.jpg)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도 주가 16.85% 하락…시총 순위도 내려가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셀트리온 주가는 15만2200원에 거래됐다. 연초 18만원대에서 출발한 주가는 3월 말까지 17만원선을 오르내리다 최근 15만원대로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1월 2일 18만300원이던 주가는 전날 기준 15만4300원으로 마감돼, 연초 대비 16.85% 하락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지속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소각 결정분을 포함하면 올해 완료했거나 예정된 자사주 소각 규모는 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7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자사주 매입 역시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 결정분을 포함하면 4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사비로 500억원 상당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했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 시가총액 6위였던 셀트리온은 현재 11위로 밀려났다.
업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해외 제조시설에 대한 불시 점검을 강화하면서 바이오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최대 80% 인하하는 행정명령을 예고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당시 셀트리온을 포함한 다수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내려갔다. 이른바 '황제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99만1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오전 10시 22분 기준 100만원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짐펜트라 매출 목표 '뒤죽박죽'…소액주주는 '분노'
셀트리온 주가가 다른 바이오주보다 유독 부진한 원인으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매출 목표 과대 제시와 그에 따른 조정이 꼽힌다.
셀트리온은 앞서 지난해 3월 짐펜트라 출시 당시 연매출 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지만, 실제 매출은 360억원에 그쳤다. 이에 주주들의 반발이 커졌고,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가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직접 나서 연매출 7000억원 달성 가능성을 내세우며 수습에 나섰다.
당시 한 소액주주는 "맨날 사과할거면 경영진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올해에는 (매출 5조원)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경영진이 내려올 것이냐"고 압박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측은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실적 달성과 함께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짐펜트라 매출이 13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주 불만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결국 올해 짐펜트라 매출 목표를 절반 수준인 3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소액주주들은 짐펜트라 매출 제시의 일관성이 떨어지자 연 매출 5조원 목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개인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NDR) 개최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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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목표주가 하향 조정…"컨센서스 하회"
증권가의 반응도 냉담하다. 셀트리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KB증권은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3만5000원으로 13% 하향 조정했고, 삼성·미래에셋·LS·유진·유안타·DS투자증권 등도 목표주가를 최저 22만원까지 낮췄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합병 무형자산 상각 종료로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원가 상승으로 매출 원가율의 개선이 부진했다"며 "미국 의약품 관세 부과 가능성과 실적 우려 등으로 주가가 부진하고 있다. 판매 채널이 안정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목표주가를 23만원에서 22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1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며 "상저하고의 매출 구조와 짐펜트라 등 일부 제품의 부진한 판매가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짐펜트라의 처방량은 지난해 4분기보다 증가했지만, 신규 도매상과의 계약으로 출하된 물량이 소진되는 과정에 있어, 1분기에 매출로 인식된 물량은 저조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셀트리온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419억원, 영업이익 149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 867.9% 성장한 수치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앞서 제시한 컨센서스인 매출 9558억원, 영업이익 2224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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