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체포영장 집행을 속옷만 입고 바닥에 누은 채 온몸으로 거부했다. 물리력을 동원해 체포하기 전 자진 수용을 권고하려던 특검팀은 전례 없는 상황에 영장집행 시도 2시간 만에 중단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1일 "특검은 오늘 오전 8시40분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피의자의 완강한 거부로 완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체포대상자가 전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지만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에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한 걸로 보였다"고 했다.
오 특검보는 "20~30분 간격을 두고 총 4회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피의자는 체포에 계속 불응했다"면서 "특검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물리력 행사를 자제했고, 결국 오늘 체포집행을 일시 중지했다"고 말했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오전 8시 40분 검사 1명, 수사관 1명과 함께 서울구치소로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특검팀 설명을 종합하면,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이 수용실로 진입을 시도하자 수의를 벗고 체포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형집행 관련법 등에 따르면, 수용자는 법에 정해진 복장을 준수해야 한다. 날씨가 덥다고 해서 임의로 수의를 모두 벗을 수는 없다. 오 특검보는 "구치소는 소내 질서와 안전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그런 곳이고 내부 규정으로 자유로운 복장은 허용이 안 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검팀이 오전 10시 40분까지 설득하며 자진 출석을 권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아예 듣지를 않았다고 한다. 오 특검보는 "일단 설명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말을 끊는 분위기였다. 특별히 의미 있는 코멘트가 오고간 것은 아니지만 일체 안 듣는 분위기와 자세였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https://image.inews24.com/v1/36440056de6a41.jpg)
특검팀은 검사의 지휘를 받은 교도관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여지도 없었다고 했다. 오 특검보는 "물리적인 접촉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윤 전 대통령이) 물리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 그야말로 안전사고의 위험성 등을 감안해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예기치 못할 정도로 강하게 나오자 당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사기관 실무상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를 체포영장을 통해 인치한 다음 조사하는 사례는 많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오 특검보는 "전직 대통령인 점 고려해서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 따를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은 체포영장을 들고 가면 모두 자발적으로 본인이 거기에 응한다. (특검팀도) 이런 것들을 염두에 뒀던 것이고 만약 그게 그런 상황이 아니라 했을때 물리력 행사나 이런 부분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갔었던 상황이지만 안전사고가 굉장히 우려될 정도의 반응이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의 체포영장 집행이 중단되자 옷을 입고 변호인을 만났다고 한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쯤까지 1시간 정도다. 그러나 그는 특검팀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다. 오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나 변호사가)변호인 조력을 요구한다든지, 변호사가 연락해 온 적이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방침이다. 물리력 동원도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오 특검보는 "다음 집행 시도와 관련해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적정한 시점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발부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시한은 오는 7일까지다. 오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의 거부가 끝까지 계속될 경우 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IMS모빌리티와 HS효성 사무실, 오아시스에쿼티 사무실 및 관련자 주거지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금일 오전 10시 진행 예정이던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다음주 월요일(4일)로 변경통지했다"고 밝혔다. IMS 대표 조모씨에 대해서는 오는 2일 오전 10시에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 밖에도 김건희 여사 최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일명 '주포' 이모씨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아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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