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이수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잇단 인명사고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의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장 포스코이앤씨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건설업계 전체가 술렁이며 비상이 걸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의 인명 사고에 대해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며 "건설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추상 같은 지시를 한 배경은 안전사고에 따른 인명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을 거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인식을 가졌다는 고백을 여러차례 내놓은 바 있다. 강한 발언을 통해 산업 전반에 안전의식을 고양하겠다는 취지일 수 있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액면 그대로 이행하라는 것보다는 주위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건설업계의 인명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도 대통령이 보다 강한 발언을 하게 된 원인으로도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 사고 사망자는 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명이나 늘었다. 시간이 갈수록 건설현장이 선진화되거나 안전해지지 않고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강한 발언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강한 주문에 당장 포스코이앤씨는 초비상이 걸렸다. 급작스러운 사고 이후 사의를 표명해 수장이 빈 상태에서 이런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정희민 대표이사는 지난 4일 일어난 또다른 인명 사고에 책임을 지고 5일 오후 늦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은 6일 그 자리에 송치영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TF팀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송 부사장은 포스코이앤씨 안전보건센터장 출신이다.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의 안전·환경 관련 핵심 보직을 거친 그룹 내 최고 안전전문가로 전해진다.
송 신임 대표 내정자는 취임식 없이 바로 업무에 돌입했으나 당장은 대책 마련이 급하게 됐다. 포스코이앤씨의 모든 현장은 4일 사고 발생 이후 전면 가동 중단돼 있는 상태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 지난달 28일까지 노동자 인명 사고가 4건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대국민 사과 이후 약 일주일 만인 지난 4일 외국인 노동자가 광명-서울고속도로 현장에서 작업 중 감전돼 의식 불명 사태에 빠지는 사고가 다시 일어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5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이에 포스코그룹 차원의 비상 대응이 이어졌다. 국무회의 후 약 7시간만에 포스코이앤씨는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쇄신을 약속했다.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역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철강 경기가 좋지 않아 격주로 4일제 근무를 하던 부장급 이상 임직원에게 한시적으로 주 5일제 근무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 그룹은 지난달 31일 현장 안전강화 조치로 안전관리 전문회사 신설과 산재가족 돌봄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그룹만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다. 건설업계 전체가 전례없이 강한 대통령의 주문에 당황한 상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중대재해 근절 TF'를 발족한 바 있다. 여기엔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해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해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최임락 건단련 운영위원장, 외부전문가로 한국건설안전학회, 한국시설안전협회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TF는 건설업계 스스로의 책임과 역할을 되새기고, 산업 전반의 안전의식 수준을 높이는 한편 현장 중심의 실질적 안전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산업재해에 대해 확실한 의지의 천명을 통해 산업 재해 자체를 줄이겠다는 뜻이지만 포스코이앤씨는 물론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시한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금지에 대해선 절차에 맞춰 추진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 실장은 "산업재해와 관련법이 흩어져 있고 소관 부처가 분야에 따라 나눠져 있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서 보고하라는 것"이라며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행정제재를 통해 영업정지와 등록 말소도 가능하며,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공공공사 입찰참가 제한도 가능하지만, 개별 법 요건의 벌칙 규정에 포스코이앤씨가 부합하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건설안전특별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제·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건설업계의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건설안전특별법안은 중대재해처벌법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공사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이 적정한지 인허가 기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사고가 우려되는 경우 공사를 중지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건설사업자는 소속 근로자 등이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하는 재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이 주는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안전사고 방지와 징계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진국과 달리 대형 건설사에서조차 안전사고에 따른 인명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외국인력 도입과정에서의 교육과 적응절차 등 현장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등 실질적 안전사고 예방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명사고에 따른 징계만 강화할 경우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의 파급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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