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잇달아 발생한 건설 현장 인명 사고를 언급하면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산업재해 공화국'에서 벗어나겠다고 천명하면서 관련업계의 긴장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발언 수위가 높더라도 근본 원인을 파헤쳐 개선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나, 단순히 처벌 강도만 높아져서는 산업 생태계의 근본이 허물어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1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ca40af60c35fb4.jpg)
이재명의 '말·말·말'…나날이 수위 높아지는 발언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업재해 공화국에서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일상적으로 산업현장을 점검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도급·재하도급 문제 등과 맞물려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았다든지, 특히 돈을 벌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출해야 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다고 하는 것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정기획위원회는 국민주권정부 5개년 계획에 우리나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오는 202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만명당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는 0.39명이다.
이 대통령이 강도 높은 발언은 계속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현장의 인명 사고와 관련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언급하면서 각 부처에 징벌적 배상 도입, 고액 과징금, 대출 제한, 건설 면허 취소 등 강경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 6일에도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예방 가능한 사고는 아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라"며 "건설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나갔다.

"산업재해 줄이면 좋지만"…전방위 압박에 움츠리는 건설업계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 산업안전 관련 공약을 내놨다.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당시에도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산업안전 6대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새 정권 초기 때마침 건설 현장의 인명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촉매제가 된 셈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건설업계는 즉각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언으로 포스코이앤씨는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모든 현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안전 점검 후 재개한 현장에서 지난 4일 미얀마인 근로자의 감전 사고가 발생하자 포스코이앤씨의 사장이 교체됐다. 여기에 지난 8일 DL건설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또다시 인명사고가 벌어지면서 DL건설의 임원이 교체됐을 뿐 아니라 DL건설과 DL이앤씨 전체 현장이 공사를 중단했다.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잔뜩 긴장하며 대응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중대재해 근절 TF'를 발족한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또 이날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21일까지 2주에 걸쳐 전국 시·도회를 중심으로 건설현장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특별 실무교육을 실시한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의지를 피력해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면 업계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지만, 자칫 처벌만 강화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되레 건설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이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에 대해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발언이 거듭되면서 점차 구체적인 사안들은 언급하는 것으로 보이며 중대재해와 관련한 여러 논의들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으로 각 정부 부처가 후속 조치의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진되는 후속 조치와 관련 입법들이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방안을 모색해 단순히 처벌 강화를 꾀하는 방향으로만 가지 않도록 해야 산업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