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중국 정부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기업들에 대한 조치 수위를 점차 높이면서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우려했던 것보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면서도 "사드 배치가 완료된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사드 논란이 불거진 후 점차 보복성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한 달여 후인 작년 8월에는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고 9월에는 한국산 설탕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10월에는 화학제품인 폴리아세탈의 반덤핑 조사와 유커의 한국 여행 제재, 11월에는 롯데그룹 세무조사 착수 등을 벌였다. 또 지난달에는 아시아나항공·진에어 등이 신청한 한국행 전세기 운항도 불허했다.
중국 정부 역시 해당 조치들에 대해 사실상 보복성 조치임을 인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 야당 의원들과의 접견에서 한국 연예인 출연 제한 등에 중국 측의 간접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또 국방부가 사드 포대 배치를 올해 내 완료할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사드 배치 가속화에 따른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도 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유통업계는 앞으로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의 보복 조치와 관련해)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며 "실제로 매출이나 방한 중국인 고객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10~12월 소공동 본점 중국인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여행 제재 조치로 12월 말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월 평균 신장세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관광객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사드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 역시 "매장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아직까지 사드 보복과 관련해 체감을 하고 있진 않다"며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면 개별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단체 관광객보다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고객 국적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전세기 운항 불허 결정이 내려지면서 유커 특수를 노리던 여행업계와 면세업계의 매출 타격은 점차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한 외국인 수가 전월대비 20% 줄어드는 등 이미 지난해 말부터 관광객이 감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춘절을 기점으로 피해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매출을 끌어 올리기 위해 수수료를 더 많이 지급해 단체 여행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신규면세점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면세점 매장 수가 늘어난 상태에서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 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규면세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이랜드 등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뷰티·패션업체 등도 현재까지 매출 감소나 중국 정부가 현지 법인을 제재하는 사례가 없어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업체나 식음료, 프랜차이즈업체들은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현지 마케팅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A 프랜차이즈 중소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지 얼마 안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데 사드 배치로 인해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게 됐다"며 "지금은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알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 역시 '사드 배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아직까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지 않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기존 계획에 따라 사드 배치가 완료된 후에는 방한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부담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푸지엔 지역에서 한국에 왔다는 우모(31) 씨는 "국가의 실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중국 정부의 방향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의 이익이 쇼핑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 제품을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다롄에서 쇼핑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주모(30) 씨는 "지금은 주변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완료해 중국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내린다면 눈치가 보여 한국 방문뿐만 아니라 한국산 제품을 구입을 잘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익명의 한 남성(30)은 "지금은 한국 사드 배치와 관련해 TV를 통해 크게 부각되진 않고 있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앞으로 중국 정부에서 TV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한국 방문 자제 요청 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기업이 압박을 받는 것과 관련해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결국 중국과 주변 지역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며 "중국이 단기 이익을 위해 협박을 지속하는 일에 의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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