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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엇박자에 길 잃은 '비트코인 해외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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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미는데 기재부·금감원 찬물…앞으로도 갈 길 멀어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정부와 금융당국 간 정책 엇박자에 비트코인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 중인 핀테크 업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군불을 지피면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해외 송금을 해온 핀테크 업체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외환 송금·이체 등의 외국환업무는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금융사가 아닌 곳은 기재부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핀테크 업체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핀테크 업체들은 중개 대상이 정식 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인 만큼 외국환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번 유권해석을 통해 은행을 거치지 않은 모든 해외 송금은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치기'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은행이 아닌 자가 해외 송금을 중개하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며 "거래대상이 비트코인이라고 해서 달리 볼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해당 법과 기재부의 유권해석 등을 참고해 위반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통상 외국환거래법 위반 시 내부 절차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금감원은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체인 '센트비'를 대상으로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핀테크 업체도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전 법무법인으로부터 충분한 법률 검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위 산하기관인 핀테크산업협회 블록체인 분과를 통해 장부에 업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금감원, 상 준 업체 檢 고발하나

비트코인 업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금융위와 기재부·금감원 간의 온도차다. 금융위가 비트코인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면, 기재부와 금감원이 제동을 거니 관련 업계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는 얘기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런던에서 진행되는 핀테크 데모데이에 참석했을 때 동행했던 핀테크 업체 중 60%가 비트코인 관련 업체"라며 "국가 행사에 비트코인 업체를 선발하는 등 정책적으로는 지원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불법 소지가 있다고 문제 삼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 혼선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체 '모인(MOIN)'이다. 모인은 지난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후원한 금융권 공동 '금융개혁! 창업·일자리 박람회'에서 진행된 창업경진대회에서 금융감독원장상을 받은 바 있다.

즉, 금감원이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체에 대해 위반 혐의를 확정했을 경우, 스스로 상을 준 업체인 모인 역시 위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물론 오는 7월부터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은행이 아닌 비금융사도 외화 이체업 등 일부 외국환 업무에 한해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 해외송금 업체들이 7월만 바라보는 이유다. 이들은 개정안 시행과 함께 하반기부터는 은행 일변도였던 해외송금시장에서 비트코인 해외송금이 당당히 새로운 축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해외송금…자칫 '낙동강 오리알' 될 수도

그러나 업계의 이러한 바람이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체가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의 혜택을 받으려면 오는 7월까지 금융위가 비트코인에 법적지위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정된 법에는 새로운 사업자 영역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비트코인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정하지 않고서는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비트코인 해외송금이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비트코인 해외송금업의 합법화 여부는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을 정한 후에 논의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합법적 제도 안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듯하다. 앞서 금융위가 올해 1분기까지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의 제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비트코인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비트코인 업계에서는 '디지털화폐의 제도화=법적 지위 확보'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에서는 이에 대해 "디지털화폐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화폐의 제도화'는 현재 가상통화 거래가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 이를 투명하게 관리·감독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지, 비트코인에 법적 지위를 정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또 설사 1분기까지 해당 방안을 만들더라도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면 그에 따른 시간이 추가로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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