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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계란 상륙에도 가격 '재상승'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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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 앞두고 300톤 수입…신선도·가격경쟁력 떨어져 시장 반응 '싸늘'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벌어진 '계란 대란'으로 수급 안정화를 위해 미국산 계란 100톤이 지난 주말 국내에 들어왔지만 계란 가격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전국 계란 1판(30알) 평균 소매가격은 9천518원으로 3일전 가격보다 27원 올랐다. 지난 13일 계란 1판 가격은 9천491원으로, 지난해 12월 7일 5천602원 이후 처음 내렸으나 미국산 계란이 들어온 주말을 기점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3일 계란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자 미국산 계란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계란 유통시장에 가격 인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특히 설 대목에 계란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계란 물량을 풀지 않던 계란 농장이나 유통업자들이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하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산 계란 수입 이후 가격은 다시 오르고 있는 추세다. 또 미국산 계란이 아직 마트 진열대에 오르지 않았으나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상태다. 정부가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계란을 들여온다고는 하지만 한 판 가격이 8천990원으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높아 '굳이 이렇게까지 사먹어야 하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현재 국산 계란 한 판(대란 기준, 30알)을 7천원대 중후반 가격에 1인 1판으로 제한해 판매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허모(59) 씨는 "미국산 계란은 국산보다 신선도가 떨어질 것 같아 사먹기가 찜찜하다"며 "가격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국산보다 더 비싸서 사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계란을 안먹는다고 큰일날 것도 아니고 대체할 식품은 얼마든지 있는데 이렇게까지 계란을 들여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AI 정책을 잘못해놓고 세금을 들여 계란 수입으로 덮어보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각 대형마트마다 물량이 부족해 진열대에서 계란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대형마트 보다 유통 구조가 좀 더 복잡한 동네 슈퍼에서는 계란 한 판 가격이 무섭게 치솟아 1만원을 훌쩍 넘은 상태다. 이로 인해 미국산 계란이 8천원대 후반이라면 가격 경쟁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롯데마트는 '하얀 계란'이란 상품명을 붙인 미국산 계란 30개들이 한 판을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마진 없이 8천99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현지 원가(개당 110원)와 공항까지 가는 운송비(60원), 수입업체가 부담하는 항공운송비(50% 지원시 76원), 국내 유통비(56원) 등을 합한 가격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란 검역이 3~4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오는 21일쯤 미국산 계란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만 22일이 의무휴업이어서 다음주 초부터 판매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계란 수급 안정화를 위해 300톤 가량의 계란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접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오는 25일 전까지 통관이 완료된 수입산 계란에 지원하는 항공운송비 상한가를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이는 이미 미국산 계란을 국내로 들여온 업체에도 소급 적용된다. 다만 운송비 지원 비율은 기존(50%)대로 유지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계란을 수입할 때 aT가 물량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추진 중"이라며 "aT가 직접 미국에서 계란을 구입해 설 연휴 전까지 들어오려면 시간이 촉박해 민간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aT가 물량을 추가로 들여오는 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수입이 아닌 민간업체를 통해 계란을 들여오게 되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설을 앞두고 계란 수급 일정 조율을 실패한 것도 모자라 가격 조율에도 아직까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계란 수급 차질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급한 불만 끄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네 마트나 시장에서 계란 판매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대형마트로 일시적으로 몰려 물량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점차 수급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미국산 계란을 들여오는 양 자체가 적을뿐더러 가격도 싸지 않고 신선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수급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이어 "설을 앞두고 미국산 계란을 계속 들여온다고 해도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산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국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산란계 수가 회복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올 상반기까진 가격이 안정화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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