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2월 본방송이 사실상 물 건너간 지상파 UHD 방송정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통해 '우수' 판단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와 약속한 2월 방송 시기를 지키 못한 지상파 잘못이 크지만 이를 감독하는 방통위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
더욱이 이 같은 평가는 이미 방통위 측이 일정 연기를 공식 표명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도 방통위의 이같은 평가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방통위 '2016년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UHD 도입'은 1~7등급으로 나눠진 평가 기준에서 2등급(우수)을 받았다.
방통위는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평가위원회를 통한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자체평가위원회는 학계, 시민단체 민간위원 13명과 방통위 내부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심사 항목은 크게 ▲계획 수립 적절성 ▲시행과정 적절성 ▲성과 달성도 ▲정책 효과성이다.
자체평가위는 이번 평가에서 정책부서 22개 과제, 지원부서 8개 과제를 각각 상대평가해 1~7등급을 부여했다. 1등급은 상위 5%이내, 2등급은 상위 5% 초과 ~20%이내 점수를 받아야 한다. 자체평가위는 2등급까지를 '우수'라고 표현했다.
정책부서 22개 과제 중 1~2등급을 받은 과제는 4개 뿐으로 ▲방송소외계층 정보격차 해소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 개선 ▲개인정보보호 강화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이다.
이번 자체평가 보고서에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은 주요 성과로도 소개 돼 있다.
자체평가위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올해 수도권 지역 UHD 본방송 개시 예정인 지상파방송사에 UHD 방송사업을 허가 했다"며 "성공적인 UHD 조기 활성화를 위한 허가조건을 부과해 2월 차질 없이 본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와 달리 지상파 UHD 2월 본방송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이를 9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지난달 6일 지상파 UHD 2월 본방송 연기를 검토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방통위는 무기한 연기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지상파는 장비 발주, 송출 시스템 문제를 들어 9월 이전 방송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어 당장 3월 이전 방송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평가위원회의 이번 정책 평가가 실시된 시점이 이같은 일정 연기 등이 공식화 된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방 일정 등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도 UHD 정책에 대해 자체적으로 우수 평가를 한 셈이다.
이 탓에 방송업계에선 이를 두고 '지나친 생색내기'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짜리 주파수를 공짜로 할당 받아 놓고 방송을 못하겠다고 한 지상파도 문제지만, 이들의 준비 상황을 철저히 감독하지 못한 방통위 잘못도 크다"며 "이미 추진 상황에 제동이 걸렸는데 자체 평가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상파 2월 본방이 무리라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며 "'평창 올림픽 D-1년' 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매달리다 이렇게 됐는데 정해진 일자에 허가만 내주면 정책이 잘 추진된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평가에 외부 인사가 참여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체평가위원회에 학계 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했다"며 "평가위원회는 정해진 심사 기준과 절차에 입각해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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