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영기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와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국내 게임 업계가 뒤늦게 자율규제 강화안을 내놨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이하 협회)가 지난 15일 공개한 자율규제 강화안은 ▲확률정보 공개 방식 개선 및 희귀 아이템 관련 추가조치 도입 ▲확률형 아이템 결과 제공 등에 관한 준수 사항 신설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통한 사후관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자율규제 강화안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머니 또는 게임 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제공한다. 다수의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으로 주요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불확실성에 따른 게임사와 게이머 간의 불신,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해 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작년 7월과 10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를 다룬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게이머와 정치권의 압박에 게임 업계가 뒤늦게 발표한 것이 이번 자율규제 강화안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게이머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자율규제 강화안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자율규제 강화안 시행 이후 업체는 확률형 아이템의 결과물로 제공되는 아이템의 개별 구성비율(1안) 혹은 등급별 구성비율(2안)을 공개해야 하는데 사실상 '등급별 구성비율'만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운영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1안을 선택할 회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질적인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도 낮다. 업체가 확률을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조작해도 협회가 처벌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다. 말 그대로 '자율'이므로 지키지 않는다고 문제 되지 않는다.
협회에서는 "자율규제 미준수 업체를 공개해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이 정도는 '제재'로 보기도 어렵다. 해외 게임사 등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에게는 사실상 의미 없는 규제안이기도 하다.
게임 업계의 대처가 매우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법안을 발의한 지 7개월이나 지나서야 강화안의 큰 틀만 잡은 상태다. 세부 규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잘 수행하는지 감시할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는 이제부터 구성해야 한다. 여러모로 갈 길이 멀다.
작년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사들이 내놓은 자율규제안은 이전과 비교해 진일보한 것이라고 보지만, 여전히 실질적 규제가 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전에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안을 두 차례 내놨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세 번째 규제안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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