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한국 기업들이 병들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국내에선 정부가 실효성 없는 규제 법안으로 기업들을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수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한·미 FTA 재협상과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더해지면 내수경기 불황과 기업들의 어려움은 지금보다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통업계는 최근 몇 년간 정치권이 쏟아내는 포퓰리즘식 규제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식 정책 탓에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홈쇼핑업계는 식약처가 백수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던 까닭에 '가짜 백수오' 판매 후유증으로 한 때 고통을 받았다. 이후 보상금 문제로 홈쇼핑업체들의 영업익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홈쇼핑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역시 크게 위축됐다. 식약처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홈쇼핑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잘 나가던 면세점 산업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관세청이 주도권을 쥐고 면세점 수와 특허부여 시기를 결정했던 까닭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해졌다. 최근 동화면세점 매각 사태도 출혈 경쟁을 인지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에만 목을 매고 특허권을 추가한 관세청의 책임이 크다.
최근에는 식약처가 온라인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식품통신판매법'도 논란거리다. 이미 현행 식품위생법으로 온라인 식품 판매에 대한 규제와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 편의를 위해 개정안을 시행하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지적도 빗발치고 있다. 여기에 적용 대상도 당초 계획과 달리 오픈마켓 업체를 제외한 소셜커머스에만 적용키로 하면서 이에 반발한 위메프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탁상공론'식 행정으로 산업을 멍들게 하고 있는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여론을 의식한 법안들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유통업계 종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청년실업이 지난해 최고치에 달하자 일자리 확충을 위해 기업 투자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 마련에만 혈안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최근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편의점 심야영업 금지',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일 규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미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골목상권 활성화에 크게 도움되지 않았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중소상인의 표심만 바라고 실태를 반영하지 않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정작 소비자들의 불편과 피해를 외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특검의 칼날에 휘둘리고 눈칫밥을 먹던 기업들은 이제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내수경기 불황과 대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질타와 현실성 없는 규제들만 쏟아졌다. 여기에 이제는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걱정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업계와 논의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들을 꺼내들어 "무조건 업체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을 하며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업체들은 이렇다 할 의견도 꺼내 놓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다.
진심으로 민생경기 회복을 바란다면 이제는 정치인도, 정부도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업계의 의견을 듣고 제대로 판단해 제 역할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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