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 중소기업 퇴직 후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딸의 결혼자금 1천만원만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했다.
연금 포함 연 소득이 1천800만원인 A씨의 신용등급은 D. 웬만한 금융권에선 돈을 빌리기 쉽지 않아 보였다. 캐피털사에 문의하자 연 21%에 대출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총 이자만 355만원,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과거 A씨와 같이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는 20%가 넘는 고금리 금융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1금융권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핀테크 업체에서도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A씨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사잇돌 대출'을 활용하면 A씨도 높게만 보였던 은행권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잇돌 대출이란 신용 4~7등급을 대상으로 연 6~9%의 금리에 총 2천만원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에는 소득과 신용이 양호하거나 상환능력은 있지만 은행대출이 어려웠던 사람들을 위해 마련됐다. 단, 거치기간 없이 최대 60개월 이내에 원리금을 균등 상환해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A씨가 사잇돌 대출을 활용할 경우, 연 7.8%로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총 이자는 약 125만원으로, 캐피털업체에서 대출을 받았을 때보다 월평균 납부금액이 6만4천원가량 감소한다. 이자 부담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사잇돌 대출은 현재 9개 시중은행(신한·우리·제주·KB국민·KEB하나·IBK기업·NH농협·SH수협·JB전북은행)과 4개 지방은행(부산·광주·대구·경남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급여소득자와 사업소득자라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24시간 365일 언제나 비대면·무서류 상담 및 대출 실행이 가능하다.
만약 은행권 사잇돌 대출에 탈락했다면, 연 14~18% 금리의 저축은행 사잇돌Ⅱ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사잇돌Ⅱ 대출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용 4~7등급을 대상으로 최장 5년간 최대 2천만원을 빌려준다. 다만 은행 지원이 어려운 저신용자까지 포용하기 위해 8등급 이하일지라도 연체가 없어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상환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소액의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라면 소액·신속형 사잇돌Ⅱ 대출을 활용하면 된다. 소액·신속형 대출은 전 과정을 비대면·무서류로 진행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3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당일 대출할 수 있다. 그러나 300만원 이상 대출은 불가능하며 상환 기간도 18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사잇돌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저축은행 자체 중금리 대출 상품도 있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는 연 6.9~13.5%로 최대 3천만원을 빌려준다. JT친애저축은행 '원더풀 슈퍼와우론'은 1억원을 최장 6년간 연 5.9~11.9%로 대출해준다. 또 웰컴저축은행 '텐'은 8.9~19.9%, OK저축은행 '스파이크OK론'은 9.5~19%의 금리를 제공한다.
한편, 오는 6월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9~14%대의 사잇돌 대출 상품이 나온다. 이로써 소득 증빙이 어려운 농어민도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과 저축은행간 대출 금리 간극을 메워 금융 사각지대도 줄어들 전망이다. 7월부터는 신용 대출이 어려운 채무조정자 전용 사잇돌 대출도 나올 예정이다.
◆P2P금융·인터넷은행 "모바일로 1분 안에 대출 OK"
개인간(P2P)금융사와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업체도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이들은 대출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해 빠르고 간편한 대출 상담을 제공하는 데다, 점포·인력 절감 비용으로 대출 금리 혜택도 준다. 또 자체 개발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으로 고객들에게 맞춤형 금리를 제공하는 것도 특장점이다.
한국P2P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4월19일 기준 개인 신용 누적 대출액은 1천151억2천만원에 달한다. 누적 대출액이 상위 1위 업체인 렌딧(367억원)은 최저 4.5%, 에잇퍼센트(291억원)는 4.37%, 어니스트펀드(186억원)는 3.83%의 금리로 최대 3천만원까지 빌려준다. 온라인으로 1분 만에 금리와 한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출 신청 결과 역시 서류 제출 후 하루 안에 발표된다.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각종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기존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슬림K 중금리대출'은 신용 1~7등급 중 금융기관 신용카드를 1년 이상 보유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연 4.15~8.94%의 고정금리에 최대 3천만원까지 3년간 빌려준다. 전월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갚으면 다음 달 연 1%의 우대금리도 받을 수 있다.
6개월 이상 같은 기업에서 근무하고 연 환산 소득이 2천만원 이상인 직장인이라면 '직장인K 신용대출'을 통해 연 2.68%에 최대 1억원을 최장 5년간 빌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지문 인증만으로 간편 소액(300만원)을 대출할 수 있는 미니K 마이너스 통장도 마련돼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슬림K 상품은 저금리 수준인 4% 초반에서 금리가 시작하다 보니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라며 "기존 금융권과 달리 신용평가사 시스템에 통신 데이터를 더한 자체 CSS로 고객 등급을 더욱 세분화한 데다, 원리금을 잘 갚기만 해도 우대 금리가 적용되다 보니 더욱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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