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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 치솟는 '몸값'…속타는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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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 독점교섭요구, 협력관계 다각화, 일본정부 기술유출 우려 등 변수 산재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로부터 분할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높아진 인수가격에 대한 의구심과 웨스턴디지털(WD)의 독점교섭 요구, 각 업체별 협력관계들이 보다 다양화됨에 따라 변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과 미국 브로드컴, 웨스턴디지털(WD)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고 예비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폭스콘은 애플과, 미국 브로드컴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사업손실 7천125억엔(한화 약 7조1천250억원)을 메우기 위해 지난 1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반도체 부분을 분사하고 지분의 20%만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예상했던 손실 규모가 확대되는 한편, 일부 지분 매각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낮았다. 지분의 20%만 가져가게 된다면 도시바 메모리 사업에 경영권 등을 행사하기 어려웠다. 결국 도시바는 50% 혹은 100%의 주식을 매각해 경영권을 넘겨주는 형태로 생각을 바꿨다.

이에 따라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가격은 초기 2조원 대에서 10조원 대로 크게 상승했다. 최근에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적극적인 업체들이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의 예비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 최고가를 제시한 곳은 대만 폭스콘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따르면 대만 포스콘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위해 3조엔(한화 31조5천억원)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애플이 붙었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대만 폭스콘과 협의를 진행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체의 협력이 가시화된다면 기술정보 유출로 인해 중국과 대만을 기피한 일본 정부는 어느정도 그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

폭스콘의 이같은 전략은 지난해 샤프를 인수했을 때도 엿볼 수 있었다. 폭스콘은 당시 경쟁상대였던 일본산업혁신기구(INCJ)를 떨쳐내기 위해 2배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 샤프를 끌어 안는데 성공했다. 폭스콘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까지 손에 넣게 되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업으로 올라선다.

이 외 인수 후보그룹들은 2조엔(한화 약 21조원) 이내로 예비입찰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의 기업가치를 2조엔(한화 약 21조원)으로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근거한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기업가치는 1조5천억엔에서 2조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가격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선적으로 폭스콘이 제시한 1조엔 이상의 가격 상승은 선택에 무리가 따랐다는 분석이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최근 부진도 한 몫을 담당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매력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수성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해 4분기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7.4%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를 지키기는 했지만 내용은 부실하다.

2015년까지만해도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당시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경쟁력이 확고한 업체가 상승세를 유지했다. 즉,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유리했다.

다만, 그 이후부터 도시바의 점유율을 하락 곡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2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9.8에서 18.3%까지 내려가다 지난해 4분기에는 17.4%까지 하락했다.

사업손실로 인해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미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경쟁사가 차세대 기술 적용을 위해 설비투자를 단행할때 도시바는 지켜보기 급급했다. 차세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많았으나 실제 상용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입찰 금액이 올라가면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도 먹구름이 끼는가 했으나, 현재까지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또한 현재 입찰 금액은 큰 의미가 없으며, 본입찰이 시작되면 달라질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가격 거품이 사라질 수 있음을 예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도시바의 기술협력 업체이자 일본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경쟁업체 주주 참여를 반대하는 의미로 도시바에게 '독점 교섭권'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인수 진행 과정이 일시 제동이 걸린 것으로 예측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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