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19대 대선을 앞둔 게임업계에 '자율규제' 바람이 뜨겁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게임 정책토론회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규제'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게임산업의 저성장 요인으로 규제를 지목, 이를 철폐하고 업계 자율로 돌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정치권이 잇따라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에 반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비롯해 온라인 게임의 월 50만원 결제한도 폐지, 나아가 사행성 논란을 빚은 웹보드 게임의 규제 완화까지 게임사들이 자율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온 상태다.
자율규제란 사업자 스스로 규제를 이끌어 가겠다는 걸 의미한다. 강제성이 동반되는 법적 규제와 달리 모든 사업자들이 이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자율규제의 한계로 꼽힌다. 다시 말해 자율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게임사들의 강도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게임업계가 이를 온전히 이행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연구하거나 알리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인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지난 6일 취임 간담회에서 게임업계 자율규제 정착을 강조했으나 이를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상세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논의 중이며 추후 발표하겠다는 모호한 대답만 내놨을 뿐이다.
현재 한국 게임사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밑바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에 집중된 수익구조와 판에 박은 듯 유사 게임들이 쏟아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국 게임은 이제 내수 시장에서 롱런은 커녕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각종 규제에는 앞장서 '쉴드'를 쳐 왔던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 '웃픈' 반응에는 한국 게임사들을 더는 믿지 못하겠다는 정서에 기인한다.
자율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창의력과 성장세를 억누르는, 실효성 없는 규제를 걷어내자는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 다만 책임감 있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돼야 한다. 자율규제 정착으로 인해 게임산업과 게임사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실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해 시장을 납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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