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지영기자]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9단 간 대국 결전의 날이 밝았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4대 1로 패한 만큼 이번 대국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소위 알파고 2.0으로 더욱 강력해진 인공지능을 확인하게 될 지가 이번 대결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23일 부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으로 진행되는 이번 대국은 이날과 25일, 27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 반부터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한게임바둑'과 바둑TV에서 오후 12시 반부터 생중계된다. 지난해 이세돌 9단이 5번의 대국을 펼쳤던 것과 달리 올해 커제 9단은 알파고와 3번 맞붙는다. 제한시간은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다.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맞대결뿐 아니라 중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바둑기사들과의 복식전과 단체전도 열린다. 오는 26일 오전과 오후 각각 구리 '9단-알파고 팀' 대 '렌샤오 8단-알파고 팀'의 복식전과 세계대회 우승 경험자 5명 대 알파고의 단체전 대국이 예정돼있다.
◆알파고 2.0, 얼마나 진화?…커제 9단 이미 전패>
지난해 전세계가 AI의 압도적 실력을 이미 목격한 만큼 이번 대국에서는 승패보다 알파고의 성능 업그레이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 2.0이라 불리는 새로운 버전의 알파고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알파고가 알파고끼리 서로 학습하는 강화학습 훈련을 통해 더욱 고도화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강화학습이란 AI가 입력 데이터를 추측하면 정해진 룰이 평가해 피드백을 주고 이를 통해 기계가 다시 학습하는 방식을 말한다.
알파고는 지난해 연말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온라인 대국 사이트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 위력을 예고했다. 전 세계 바둑기사들과 치러진 총 60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60전 전승했고 커제 9단 역시 3번의 대국에 나서 전패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트위터에서 "마스터가 알파고의 새로운 시제품(prototype) 버전"이라며 "(온라인 대국) 결과가 매우 흥미롭고 알파고의 새로운 버전은 우리와 바둑 커뮤니티에게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움직임을 배우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알파고의 하드웨어 스펙도 관심사다. 알파고는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경기에서 1천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에서 작동했다.
당시 알파고의 스펙이 에너지 사용에 있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얼마나 소형화된 모습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전문가 예상 회의적…"커제 9단 승률은 0%"
커제 9단과 승부는 이변이 없는 한 알파고의 압승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 반응도 커제 9단의 승리에는 회의적이다.
지난 16일 중국 소후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성(棋聖)'이라 불리는 원로 바둑 기사 녜웨이핑 9단은 "커제가 이겨 바둑 기사의 체면을 세워주길 바라지만 결과는 3대 0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바둑 영웅 구리 9단도 커제 9단의 승률을 10%로 봤다. 그는 지난달 10일 중국의 텅쉰체육망 인터뷰를 통해 "알파고가 더욱 업그레이드 돼 커제 9단이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며 "한 게임에 이길 승률은 10%로 본다"고 했다.
특히 구글 차이나 사장 출신인 IT 투자 전문가 리카이푸는 커제의 패배를 단언했다. 22일 중국 건륭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커제의 승률은 제로"라며 "커제와 알파고의 게임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길 가능성은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의 최근 성적 부진도 이 같은 예상에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5일에 시작한 중국 갑조리그 2라운드에서 18세 신예인 자오천위 5단에게 불계패했고, 탕웨이싱 9단에게도 124수만에 불계패해 연패 굴욕을 맛봤다. 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4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상황은 암울하지만 반전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알파고가 60국의 온라인 대국에 나선 덕에 기보가 생겼기 때문. 60국의 기보를 분석하며 알파고의 취약점을 분석하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커제 9단을 비롯한 세계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의 60국 기보를 보면서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승 9단은 22일 한게임바둑을 통해 "알파고가 점점 강해지고 있어 커제 9단이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한다"면서도 "커제 9단이 최근 시합에서 알파고의 수법을 자주 사용하며 연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고 했다.
오지영기자 comeon01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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