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펀드 수익률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는 성과보수 방식의 공모펀드가 국내 처음으로 출시됐다. 수익률이 낮을 경우 운용보수를 조금만 받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경우 더 높은 보수를 받겠다는 것이다.
1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수익률에 따라 운용사 보수를 결정하는 성과보수 공모펀드를 각각 출시했다.
이들 펀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해 이날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KB국민은행은 '미래에셋 배당과 인컴 30성과보수 펀드'와 '트러스톤 정정당당 성과보수 펀드'를 먼저 판매하고, 오는 5일부터는 KB자산운용의 'KB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 펀드'도 라인업에 추가한다.
신한은행에서는 '신한BNPP 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 펀드'와 '삼성 글로벌ETF로테이션 성과보수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성과보수 공모펀드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추진한 상품 중 하나로 지난달 2일 자본시장법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펀드 수익률이 일정수준에 도달하기전까지는 낮은 운용보수를 수취하다가 수익률이 일정수준 이상을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분의 일정비율만큼 성과보수를 받도록 설계된 펀드다.
금융당국은 성과보수 펀드가 활성화되면 펀드 손익과 관계없이 높은 보수를 가져가는 데 따른 투자자 불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실이 난 펀드에서도 운용보수는 그대로 수취하는 기존 방식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었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펀드의 성과가 좋을수록 운용사들이 받아가는 돈도 많아짐으로써 보다 충실하게 펀드를 관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과보수 펀드 출시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판매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시된 상품 중 '미래에셋 배당과 인컴 30성과보수 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시현하고 있는 기존 배당프리미엄 펀드에 30%, 해외 채권에 70% 수준으로 투자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펀드 환매시 기준수익률인 3.5%을 초과하면 초과수익의 20%가 성과보수로 운용사에 지급된다. 대신 수익률이 3.5%를 넘지 못하면 0.20%의 운용보수만 지급하면 된다.
'트러스톤 정정당당 성과보수 펀드'는 주식 순노출도가 높고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기준수익률은 3.0%로 이를 초과할 경우 초과수익의 20%가 성과보수로 나간다. 3.0% 미만은 기본보수 0.2%만 수취한다.
'삼성 글로벌ETF로테이션 성과보수 펀드'의 경우 ETF를 통한 자산배분전략 등을 사용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손실위험을 줄여주는 적극적인 위험관리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기준수익률인 4%를 넘어서게 되면 초과수익의 10%를 성과보수로 수취하는 구조다. 만약 수익률 4%를 넘지 못하면 운용보수는 연 0.07%만 받는다.
'신한BNPP 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 펀드'는 업종대표주, 저평가주 등 우량대형주를 주가 추세 하단에서 저점 매수하고, 상단까지 상승시 이익을 실현하는 밴드트레이딩 전략을 사용한다. 수익률이 3%를 넘어서면 초과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받으며, 이에 미치지 못하면 연 0.18%만 부과된다.
◆기존펀드 대비 기본보수는 절반 수준
성과보수 펀드의 특징은 기본 운용보수가 기존 펀드보다 낮다는 점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주식형 펀드의 평균 운용보수는 0.58%, 주식혼합형은 0.49%, 채권혼합형은 0.37%, 절대수익추구형은 0.36%다.
반면 성과보수 펀드는 기본 운용보수가 최저 0.07%에서 최고 0.20%로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대신 펀드의 수익률이 좋을 경우에는 초과 수익만큼 성과보수가 높아지므로 기존 펀드보다 보수가 더 나갈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기준수익률 4%를 넘어가면 성과보수율을 10% 더 받아가고, 3.5%를 넘지 못하면 0.07%의 기본보수만 수취하는 펀드에 1천만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펀드 수익률이 4%를 넘지 못할 경우 운용보수는 7천원이 된다. 하지만 수익률이 9%를 기록했다면 보수는 성과보수에 기본보수를 더해 5만7천원을 내야 한다.
운용보수가 아닌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수수료의 경우에는 성과보수 펀드라고 할지라도 기존 펀드와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돼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이번에 출시된 펀드들의 경우 벤치마크(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이 아닌 절대수익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때에는 성과보수를 내지 않는 기존 펀드가 더 유리할 수도 있어 시장 상황과 목적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성과보수 기준수익률 달성 전에 환매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과보수를 일부 주더라도 펀드에서 높은 성과를 챙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기준수익률 달성이 전망된다고 해서 그 전에 환매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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