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심지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리니지'라는 이름 석자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만큼 '리니지'가 지난 19년간 게임 세상에 일으킨 영향은 물론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결코 적지 않았다. 가히 한국 게임사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러한 '리니지'가 모바일로 나왔다.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지난 21일 출시된 '리니지M'은 현재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단숨에 석권하며 이름값을 했다.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 같던 '리니지2 레볼루션'까지 2위로 밀어냈다.
개인적으로도 놀라웠다.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최신작이 넘쳐나는 지금, 어찌보면 조악하기 그지 없는 '리니지M'에 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몰릴 줄은 몰랐다. 앞서 '리니지'에 열광했던 올드 게이머, 이른바 '린저씨'들의 위력이 실감된 순간이다.
'리니지M'은 말그대로 원작 '리니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그야말로 이식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 특유의 뚝뚝 끊기는 캐릭터 동작과 도트가 그대로 드러나는 저해상도 그래픽까지 그대로다. 원작의 감성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엔씨소프트의 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같은 '리니지M'의 첫인상은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밖에 없다. '리니지' 광팬이라면 더없이 친숙한 모습이겠지만 '리니지'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게 2017년산 게임이 과연 맞는지 의문부호를 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캐릭터 일러스트 등에서 최신 게임다운 흔적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적응하기는 무척 쉽지 않으리라 본다.
확실히 여러모로 '리니지M'은 원작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했다. 사실상 '원 버튼' 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자동화된 MMORPG들이 나오고 있는 지금 기준에서 볼 때 '리니지M'은 대단히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내가 착용한 아이템과 신규 아이템의 성능을 자동으로 비교해주는 여타 게임들과 달리 '리니지M'은 일일히 내 눈으로 확인해야 하며 아이템을 너무 많이 챙겨 무게가 초과하면 행동에 제약이 걸린다.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화려한 액션 스킬을 내세운 경쟁작들과 달리 '리니지M'은 평타가 주를 이룬다는 점도 눈에 띈다. 때문에 '리니지M'에서는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높여주는 물약을 아낌없이 마셔줘야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 요즘 게임들과는 확실히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잡고 있는 몬스터나 다른 이용자의 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몬스터 머리에 으레 있어야 할 붉은 체력바가 없다는 것은 묘한 긴장감을 안기는 요소다. 내가 먼저 누울지, 상대가 먼저 누울지 놓고 벌이는 극한의 눈치 게임이라서다.
죽음에 대한 패널티도 '어마무시'하다. 몬스터 혹은 다른 이용자에게 맞아 사망했을시 일정량의 경험치를 잃는 것은 물론 착용한 아이템까지 일부 소실할 가능성이 있다. 유료재화를 쓰면 복구가 가능한 구조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캐주얼한 요즘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 '리니지M'은 엄청나게 하드코어한 게임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리니지M'이지만 막상 오픈필드 곳곳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캐릭터를 육성하려는 이용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직장인들이 몰리는 퇴근 시간 무렵부터는 그야말로 '몹보다 사람이 많은' 상황이어서 퀘스트 하나 제대로 완수하기 어려웠다. '억울하면 강해져라'라는, 강한 것이 미덕이라는 '리니지' 게이머들의 전투 본능이 되살아난 결과로 보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 잔인한 승자독식의 구조까지 '리니지M'이 답습했기 때문 아닐까.
'리니지M'은 앞서 말했듯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10대를 비롯한 어린 게이머보다는 '리니지'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을 겨냥해서다. 그럼에도 게임 세상에서의 최고를 꿈꾼다면 '리니지M'만한 선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3D 그래픽과 현란한 액션에 익숙해진 엄지족이라면 '리니지M'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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