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가 빠졌다.
국정위는 기본료 폐지를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키로 하고, 이를 사회적 기구를 통해 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기본료 폐지 논란이 이어질 조짐이다. 이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 주장도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물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까지 기본료 폐지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1만1천원 수준의 기본료를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기본료 개념이 남아있는 2G나 3G는 물론 LTE와 같은 4G에도 기본료 개념이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본료 폐지는 실제 가능할까.
먼저 페지를 주장하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현재 정액요금제에 기본료가 숨어있다는 이유로 이의 폐지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발간한 기본료 이슈 리포트에서도 "지난 2012년 발간된 KISDI의 '정액 요금제 확산이 이용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2부 요금제(표준요금제)는 기본료와 통화료로, 3부요금제(정액제)는 기본료, 통화료, 종량요금)으로 구성된다"며 "정액제에도 기본료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들이 정액제 이후 기본료를 통신요금에 가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회계자료나 요금제 구성 설계 관련 자료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나 업계는 최근 대세가 된 '밴드 데이터' 같은 정액 요금제에는 '기본료'가 없어 이의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80% 넘게 사용하는 LTE 요금제 대부분은 정액 요금제다.
미래부 등에 따르면 현재 유선 전화 방식으로 설계된 표준 요금제는 1만1천원의 기본료에 통화량이나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붙는 구조다. 반면 정액 요금제는 기본료와 통화료의 구분이 없다. 명목상으로 본다면 표준 요금제는 기본료가 있고 정액제엔 없다.
대신 이통사의 정액 요금제에는 음성 통화량에 상관없는, 망 유지 비용 등을 위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나 당초 국정위가 주장했던 기본료는 이 고정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본료 폐지쪽 주장대로 기본료 개념을 따른다고 해도 이를 일괄 1만1천원으로 산정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기본료 폐지가 어려운 대목이다. 표준 요금제의 기본료가 1만1천원이니 정액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다.
이와 관련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가 갖고 있는 원가 자료로 (기본료를) 산출할 수가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표준요금제 기본료가 LTE 요금제 기본료와 같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현행 법상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권한도 없다 . 전기통신사업법상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은 요금 인상시 미래부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나마도 요금을 내릴 때는 신고만 하면 된다.
또 KT, LG유플러스는 인상, 인하 여부에 관계없이 요금 변경시 신고만 하면 된다. 미래부가 요금 심사 권한은 갖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요금 인하나 폐지 등을 강제할 근거나, 권한은 없다는 데 미래부도 동의한다.
더욱이 미래부는 경쟁활성화차원에서 지난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따라서 요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최소 규정 역시 사라질 상황에서 정부가 기본료 폐지를 강제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정책 방향과도 상반된 조치인 셈이다.
이에 더해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본료 폐지나 인하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통 3사는 기본료 대신 1만1천원을 일괄 인하할 경우 매출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당장 5G 투자여력 등이 부족해지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가입자 6천만명을 감안할 경우 1만1천원 인하시 통신 3사의 수익 감소는 단순 계산으로만 7조 9천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익이 4조원을 밑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적극적인 5G 투자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통신 3사의 사내유보금이 있어 인하 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개념 자체를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설립 이후 벌어들인 누적 이익에서 외부 지출(배당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이미 설비투자 등에 들어간 금액까지 포함하고 있다. 요금인하 여력을 의미하는 현금 보유액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와 관련 이통 3사의 실제 현금성 자산은 1조~2조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5G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이통 3사에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 기본료폐지 등 요금을 인하하라는 것은 투자 여력 악화는 물론 역시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적자나 5G 투자 여력은 통신사가 감당해야할 문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본료 폐지는 개념이 모호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실행되기엔 현실성이 적다는 게 중론이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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